[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58) 몸의 외로움, 어떻게 해결?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20. 21:29

(58) 몸의 외로움, 어떻게 해결?

 

Q. 삼십대 초반의 싱글입니다. 남자친구 없는 지 벌써 1년이 넘었어요. 예전 남자친구랑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섹스를 했었는데 요새는 섹스할 일이 없어요. 가끔 몸이 외롭다는 생각을 해요. 아무나 만나고 싶기도 하고, 옛날 남친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렇다고 딱히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몸의 외로움,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 dueo79님>

A. 남일 같지 않다. 스물한 살에 첫 섹스를 했으니 벌써 10년이 넘게 섹스 생활을 해오는 중이다. 그 동안 남자가 단 한 번도 끊긴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애인이 없는 상태에서 섹스가 그리울 때는 어느 여자에게든 찾아온다.

"남자들은 얼마나 편해, 섹스 생각 나면 돈 주고 해결하면 되잖아.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많고 말이야." 친한 남자 선배에게 말했다. 그는 정색하며 "여자들이 훨씬 편하지. 클럽이나 나이트 같은 데 가봐. 여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아무하고도 원나잇할 수 있어. 남자들이야 정말 쌩큐지. 게다가 여자들은 돈도 안 들잖아" 한다.

사실 원나잇을 작정하고 클럽을 돌아다니는 여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리나라 여자들은 아무리 몸이 외롭다고 하더라도 낯선 남자, 처음 본 남자와 덥썩 자기 힘들게 설계돼 있다. 클럽에서 남자가 하룻밤 잘 수 있었던 그녀들은 술에 엄청나게 취하거나 모험을 꿈꾸거나 타고나기를 정말 쿨하게 타고났거나 남자에게 마음이 있었거나 그중 하나다. (물론 요새 20대들은 좀 다르다고 하더라만.) 이런 원나잇을 즐기던 여자 후배는 약간 중독 수준이었는데 나중에는 그 허무함 때문에 우울증마저 걸렸다.

아무리 외롭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원나잇은 죽어도 권하고 싶지 않다. 고기도 잡아본 사람이 잡는다. 필름이 끊긴 섹스, 어색한 아침, 연락처도 묻지 않고 급하게 사라지는 남자,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자책……. 하룻밤 몸이 주는 쾌락이 이 모든 불편한 상황을 감내할 만큼 크다면 상관 없다만.

나는 여자들에게 "네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라고 주구장창 주장하지만 이건 자존심을 내팽개치거나 생면부지의 아무하고나 자라는 뜻은 아니다. 하룻밤 우리의 외로움은 아무 남자도 멋지게 만들 수 있지만 아침은 그리 로맨틱하지 않다.

사실 내가 정말 권하고 싶은 건 '성욕과의 거리 두기'다. 섹스 끊은 지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성욕조차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언젠가 섹스를 즐겁게 할 만한 남자가 나타난다. 내가 아는 언니는 공백기가 길어지면 "섹스가 뭔지, 오르가슴이 뭔지 잊어버렸어"라고 말하다가도, 호감이 생기는 남자가 생기면 또 열심히 섹스 생활을 시작하더라. 모든 사람들이 항상 섹스를 즐기면서 사는 건 아니다. 있을 때는 즐기고 없을 때는 없는 대로 살아간다. 남들 다 그렇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