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119) 도대체 얼마만큼 해야 잘하는 걸까?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8. 6. 23:37

[김지현의 에로틱칵테일] (119) 도대체 얼마만큼 해야 잘하는 걸까?

 

간만에 독자에게 상담 메일이 도착했다. "저는 20대 후반, 남친은 30대 초반입니다. 만난 지 한 달 된 남자친구와 얼마 전 잠자리를 했어요. 그런데 남친은 잠자리 경험이 저보다 훨씬 많은 것 같아서 주눅이 들어요. 남자친구도 제가 엄청 경험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못해서 다행이라나요. 여태까지는 제가 도도한 척, 센 척 했는데 지금은 자기가 많이 가르쳐주겠다고 릴렉스하래요. 제가 몸도 좀 뻣뻣하고 자유롭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처음이라서 더 긴장한 것 같기도 하고. 눈치 보지 말고 자유롭게 잘하고 싶어요.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저 상담 좀 해주세요'라고 온 메일이지만 사실 이 메일을 받고 나서 "이봐요, 지금 자랑하고 싶은 거예요?" 따지고 싶었다. 첫 섹스 이후 그녀가 지금 남친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있을지, 상상만 해도 부러워 몸이 쑤실 지경이다.

물론 그녀의 마음도 이해한다. 완벽주의자거나 '좀 노는' 여자, '밝히는' 여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자들에게는 그런 강박이 있다. 섹스를 잘해야 한다, 내 남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내 남자가 다른 여자 말고 나하고만 해야 한다……. 육체와 본능에 의존하는 남자에 비해 여자가 훨씬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사랑받고자 하는 본능이 강해서 그렇다.

그런데 그녀가 모르는 남자들의 심리가 있다. 잠자리에서 "릴렉스해라, 괜찮다, 나만 따라와라"라고 말할 때 남자들이 느끼는 그 엄청난 쾌감과 만족감 말이다. 말로는 "목석같은 여자는 싫다, 섹스 잘하는 여자가 좋다"고 쿨한 척 말하면서도 정작 내 여자?내가 사랑할 만한 여자, 평생 지켜주고 함께 하고 싶은 여자는 남의 손이 덜 탄, 처녀면 더욱 고마운, 자신보다 훨씬 미숙해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여자다.

게다가 외모는 좀 놀아봤거나 경험 많아 보이는 여자가 알고 보니 미숙하고 긴장하고 쑥스러워한다? 아마 자기 전보다 사랑이 몇 배는 더 커졌을 것이다.

그녀는 어떻게 하면 섹스를 자유롭게 잘할 수 있는지, 남자친구와 불편하지 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소극적으로 되고 작아지는 느낌을 어떻게 하면 해소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사실 난 지금 이 순간을 당분간 좀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첫 섹스 이후 남자친구에게 "너 좀 놀아봤구나" 혹은 "포르노 많이 봤지?" 같은 소리를 듣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말이다.

기술은 하면 할수록 는다. 한 남자와 오래 하면 깊이 있고 편안한 섹스 기술이 저절로 익혀질 테고, 다양한 남자와 하면 다양한 취향과 성감대 등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섹스 자체를 싫어하고 불편해하지 않는 이상 금세 자유롭고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섹스에서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더 많은 경험과 기술을 갖고 있는지 경쟁하거나 비교할 것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 관계를 통해 얼마나 더 사랑받을 수 있는지, 또 사랑할 수 있는지다.

그 부분에서 그녀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갖기를. 이제는 아무리 긴장하는 척, 눈치 보는 척하려 해도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연륜'을 갖게 된 나로서는 그녀가 마냥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