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117) 그 남자, 커피만 마시고 가다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6. 2. 22:06

[김지현의 에로틱칵테일] (117) 그 남자, 커피만 마시고 가다.

 

 

전에 얘기했듯이 혼자 사는 여자는 '섹스'하기가 쉽다. 남자들은 우선 혼자 사는 여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쉽게' 생각하고, '모텔 가자' '쉬었다 가자' 같은 매우 민망한 말들을 억지로 꺼낼 필요가 없고, 갑자기 '땡길' 때 해결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여자들의 작업(?) 멘트는 거의 "(집에서) 커피 마시고 갈래요?"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커피 한 잔'을 하기 위해 집에 들른 남자들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A타입: 정말 커피만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다 집에 간다. B타입: 커피를 마시고 난 뒤, 섹스를 하고 간다. C타입: 정말 커피만 한 잔 하고 간다. 하지만 다음번 만남에서는 섹스를 하고 간다.

A타입 남자들은 2명 정도였는데 그들은 내가 이성으로 전혀 흥미를 못 느끼는 타입이었고, (따라서 온몸으로 당신은 커피만 마시고 가야 한다, 제발 커피만 마시고 가라~ 라는 포스를 줬을 것이다) B나 C타입의 남자들은 '그날 밤 같이 자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던 남자였음에 분명하다.

얼마 전 한 남자에게 아주 간만에 이 말을 했다. 나는 요새 굶주려(?) 있었을 뿐만 아니라 평소 그를 아주 섹시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날의 만남은 무척이나 유쾌하고 즐거웠었다. 따라서 '커피 한잔 하고 갈래요'라고 말한 순간, 나는 속으로 매우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 밤 우리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는 새벽 4시가 넘어가도록 커피만 마시다 갔다. "커피 맛있네요~" 하며 수다를 떠는 그를 보면서 나는 급속도로 피곤해지고 말았다. 결국 내가 먼저 그에게 말하고 말았다. "이제 그만 집에 가시죠~!"

"나 이제 성적 매력이 없어졌나봐." 그날의 일을 지인들에게 하소연하자 그들은 되레 나에게 혼을 냈다. "너 이제 30대거든? 이제는 30대에 맞는 '기술'이 필요하단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은 쉬웠다. "커피 마시고 갈래요?"라고 말하면 그들은 알아서 키스를 해오거나 은근슬쩍 안아오거나 '자고 가면 안 되냐'고 묻곤 했던 것이다. 도대체 그 동안 무엇이 바뀐 것일까?

"직장 생활 오래 한 30대 여자들은 달라요, 형식적이고 호불호 분명해 보이고 거리 확실히 주고 말투도 당차고……. 이런 30대 여자들에게 남자들은 성적 매력은커녕 어렵기만 하고 심지어 공포심마저 느낀단 말야. 니가 먼저 망가지고 흐트러졌어야지."

저런, 그 남자의 목에다 손을 걸어서 안고, 가지 말라고 이끌고, 유혹의 눈빛을 적극적으로 날렸어야 했던가.

지인들의 말에 고객을 주억거리면서도 좀 서글퍼졌다. 20대 때는 좌충우돌 실수 같은 섹스들과 남자들이 나를 만만하게 보는 성생활이 싫어서 빨리 30대가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너무 연륜 많고 분명하고 프로페셔널해 보이는 게 나의 발목을 잡는구나.

여하튼 그 남자는 물 건너갔다. C타입이 될 가능성도 전무하다. 이번 실수를 계기로, 빨리 30대만의 '기술'을 익혀야겠다고 진지하게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