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118) 오래 안 하면 어떻게 될까?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6. 2. 22:08

[김지현의 에로틱칵테일] (118) 오래 안 하면 어떻게 될까?

 

"거미줄 치겠다"는 표현이 있다. 어디서 처음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섹스앤더시티'에서 6개월 섹스를 못 했다는 샬롯에게 친구들이 하던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에서 본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섹스를 오랫동안 못 할 때 농담처럼 나도 말하곤 한다. "이러다가는 거미줄 생기겠다."

미국보다 훨씬 보수적인 한국 여자들에게 6개월이면 아주 양호할 것이다. 내 주변에는 1년 이상 된 여자들이 차고 넘친다. 그녀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참고 사냐"고 물으면 "안 참으면 어떻게 하겠냐" 하는 여자도 있고, "엄머, 어떻게 참고 산다는 말을 할 수 있니?" 하며 민망해하는 여자도 있고, "그게 오래 참으면 나중에는 섹스를 어떻게 하는 건지 기억도 안 난다, 성욕도 안 느껴져" 하는 여자도 있다.

애인이 없을 때, 취한 척 앵길 남자도 없을 때,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집 앞까지 찾아오는 옛 애인과 연락이 끊길 때…… 그럴 때면 내게 성욕이란 처음부터 없었던 양 꾹 참고 지낸다. 그러다 보면 "어, 남자 없이도 살 수 있네? 이 복잡한 인생사에 섹스가 무슨 대수겠어" 싶은 순간이 오기도 한다. 특히 애인과 뒤끝 안 좋은 이별이라도 했다손 치면, 섹스만 떠올려도 쪼잔하고 이기적인 그 남자가 겹쳐지며 몸서리쳐지게 싫기도 하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별이 치유되고 혼자인 시간도 슬슬 지겨워지면, 영화에서 딥키스를 나누는 장면만 봐도 몸이 근질근질하고 밤잠 설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그럴 때가 위기다!

얼마 전 평소 안면만 있던 모임 사람들과 노래방에 간 적이 있다. 다들 술에 취해 한 곡씩 뽑다 보니 자리가 잔뜩 엉키고 평소 느끼한 외모에 왠지 음흉한 구석이 있어 보이던 남자가 곁에 바짝 앉게 되었다. 살짝 몸을 옆으로 빼고 그와 거리를 두려는 찰나, 그가 "지현 씨 노래도 좀 들려주지 그래?" 하면서 내 허리를 확 감싸는 게 아닌가.

나는 아무 여자에게나 스킨십하는 남자를 싫어하니까, 게다가 술 먹고 여자에게 치근대는 남자라면 더더욱 질색하니까 눈에 보이게 몸을 빼거나 자리를 옮겼을 것이다, 그러니까 평소의 나라면 말이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그 순간 '헉~' 하고 숨이 막히고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몸이 얼어붙어버린 것이다. 단둘이 있었더라면 당장 그의 목을 껴안고 혀뿌리가 뽑혀나갈 만큼 깊고 진한 딥키스를 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아, 알고 보니 내가 그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던 것일까? 그에게 끌리는 것을 부정하고 있었던 걸까?

이 상황을 선배에게 고백했더니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니가 너무 오래 금욕해서 그래! 여친이 눈앞에서 벗고 돌아다녀도 시큰둥하던 내가 군대 휴가 나와 섹스하다가 심장마비 걸릴 뻔했던 이야기 안 해줬냐?"

아, 내 정신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몸은 섹스를 필요로 하나 보다. 이렇게 굶주렸다가(?) 아무 남자나 덮칠까 불안하면서도 동시에 궁금해지는 것이다. 소소한 스킨십이 이렇게 자극적이고 흥분되는데, 섹스라면 얼마나 환상적이고 열정적일까.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오래 참는 자에게는 더더욱 큰 복이 있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