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목의 정원’ 창덕궁 후원
종묘 숲과 창덕궁 후원, 그리고 창경궁 북쪽은 하나의 숲으로 연결돼 있다. 종묘 숲이 죽은 왕들을 위한 숲이라면 창덕궁 후원은 살아있는 왕족을 위한 숲이었다. 이곳은 휴식과 재충전뿐 아니라 활 쏘기 등 야외 행사와 농사 체험, 양잠 등이 이뤄졌다.
창덕궁 후원은 나이 많은 거목의 정원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만 해도, 돈화문 근처의 300~400년 수령의 회화나무 7그루를 비롯해 4종에 이른다. 선원전 서쪽 향나무는 최고령으로 수령 750살 정도로 추정된다. 1405년 창덕궁 조성을 시작할 때 어느 정도 자란 나무를 옮겨 심은 것으로 보인다. 1820년대 후반의 궁궐 기록화인 [동궐도]에도 이 향나무는 현재처럼 받침목을 댄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돈화문 근처의 회화나무와 금천교의 느티나무도 이 그림에 나와 있다.
애련지 부근의 뽕나무는 왕비가 양잠을 권하기 위해 키웠던 뽕나무 가운데 하나로 수령 400년 정도의 거목이다. 후원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다래나무도 수령 600년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크고 굵은 다래나무이지만 수나무여서 열매는 맺지 못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않은 거목도 적지 않아, 수령 300년 이상의 나무가 70여 그루에 이른다. 아쉽게도 거목은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창덕궁 후원에는 소나무, 잣나무, 회화나무, 뽕나무, 주목 등 160여 종의 나무가 심겨져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소나무의 감소이다. 후원 취한정 편액에는 “정원 가득한 소나무 소리가 밤 바다의 파도소리 같다”는 구절이 적혀 있지만 지금은 소나무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