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향취 도봉서원
도봉서원은 1573년(선조 6년) 조광조의 학문적 사상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흥선대원군이 헐어내기까지 400여 년간 양주, 파주, 포천, 서울 지역에 있는 선배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기도 하다. 서울의 유일한 서원인 도봉서원에서는 매년 음력 3월10일(춘향제)과 9월10일(추향제)에 전국 유림과 지역유지가 모여 전통향사를 지낸다.
춘향제와 추향제는 초헌관이 세 번 향을 피우는 분향례를 시작으로 폐백을 제사상에 올리는 전폐례, 첫 술잔을 올리는 초헌례, 축문과 폐백을 모아 불사르는 망료례 등으로 구성된다. 모든 순서에 한국적인 멋과 예가 깃들어 있다. 약 40분간의 제향이 끝난 후에는 경기민요와 대금산조, 승무와 법고 등이 어우러지는 음악회를 통해 조광조, 송시열의 학문적 사상과 덕행을 추모한다.
숨겨진 역사 기행 도봉산둘레길
2011년 6월 북한산둘레길 도봉산 구간(26㎞)이 개통된다. 새로 개통되는 도봉산 구간은 도심 속을 걸으며 생활의 활력을 찾는 ‘워킹(Walking)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이다. 북한산둘레길 도봉산 구간은 사적 제362호로 지정된 연산군묘에서 시작된다. 연산군묘 맞은편에는 방학동 은행나무와 원당샘이 있다. 방학동 은행나무는 서울시보호수 1호로 수령이 무려 830년에 달한다. 이 나무에는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마다 불이 난다는 전설이 있다. 원당샘은 인근 원당마을에 모여 살던 파평 윤씨 일가가 식수로 사용했다고 전해지는데 가뭄에도 마른 적이 없고 혹한에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연산군묘와 은행나무, 원당샘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엔 세종의 둘째 딸인 정의공주의 묘가 있다. 최근 훈민정음 창제에 정의공주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이 등장하는 등 대중적 관심이 커진 상태다.
진달래군락 방학동길을 지나면 도봉사가 나온다. 도봉사는 고려 광종의 왕사인 해거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전란으로 소실된 것을 조선 초기 무학대사가 ‘영국사’라는 이름으로 재창건했고, 조선 후기 화재로 일부 훼손됐으나 다시 복원됐다. 대웅전에는 고려 광종 3년에 해거국사가 주조한 석가여래철불좌상이 있다.
도봉사를 지나 도봉산 입구로 내려오다 보면 ‘도봉동문(道奉洞門)’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바위를 만날 수 있다. 현종 9년(1668) 우암 송시열이 도봉서원 참배 후 남긴 것이다. 신선이 놀던 계곡인 동천(洞天)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도봉서원과 가까운 이 부근에서 옛적 문인들은 학문을 연마하고 교우했을 것이다.
도시생활의 녹색쉼터
창동, 방학동, 쌍문동, 도봉동을 잇는 도봉구의 중심엔 방학사계광장이 있다. 광장에는 도봉구를 상징하는 ‘도봉산과 학의 비상’이란 이름을 가진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비분수, 바닥분수, 학알분수, 슛팅분수, 캐스케이드 등의 수경시설의 시원한 물줄기도 함께한다. 아담한 생태연못도 조성돼 있다.
도봉산역 서울창포원의 1만 6,000평 대지엔 붓꽃(아이리스)이 가득하다. 무려 19만본에 달하는 붓꽃과 자생종이 식재돼 있다. 원예종도 118종 2,000본에 달하고 각종 수생식물과 습지생물들도 관찰 가능하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이면 자생붓꽃원 옆 나무테크를 따라 책 읽는 언덕에 올라가 보자. 울창한 소나무숲 그늘 아래서 읽는 책맛은 꿀맛일 것이다.
방학3동 발바닥공원도 구민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다. 2002년 이전까지 무허가 판자촌으로 빼곡하던 방학천 일대에 나무를 심고 각종 동식물 100여 종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버림받았던 공간이 새로이 생명을 획득한 것이다. 공원 내에는 자연학습장과 도봉환경교실이 있어 천연비누 만들기, 생태탐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이밖에 쌍문근린공원, 초안산근린공원, 상상어린이공원, 도봉산수변무대, 도봉산역 만남의 광장 등 도봉구 곳곳의 작은 쉼터들이 팍팍한 도시생활에 녹색 여유를 더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