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낙산’을 검색하면 네티즌들이 찍은 사진이 줄줄이 올라온다. 새가 날아가는 그림이 그려진 계단, 꽃 그림이 그려진 계단, 하늘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과 강아지 조형물을 찍은 사진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낙산을 찾는 네티즌들이 부쩍 늘어난 때는 2006년부터. 문화부 주도로 만들었던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진행된 이후다. 70여 명의 화가가 참가해 동네 곳곳에 그림을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했다. 가파른 계단에는 꽃 그림이 피었고, 낙산공원 산책로를 따라 다양한 조각이 늘어섰다. 창신동으로 넘어가는 굴다리 밑 축대에는 중고교 학생들이 그린 벽화와 동네 노인들이 그린 그림타일이 붙여졌다. 봉제공장 20여 곳에는 작가들이 만들어준 작고 아담한 새 간판이 달렸다.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였던 이곳이 예쁜 예술마을로 재탄생한 것이다.
굴다리길을 따라 가면 ‘미화이발관’을 만난다. 누구나 한번쯤 이 이발관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화려하게 치장한 벽 때문이다. 미화이발관이라는 아크릴 간판 아래로 ‘HAIR CENTA’, ‘컷트전문’, ‘기술개발’, ‘이발전문’, ‘염색전문’이라는 글씨가 가득 붙어 있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자세히 살펴보면 ‘돌팔이는 쫄병’, ‘뭐해’라는 장난스런 글씨도 눈에 들어온다. ‘好思多心’, ‘自先自知也’처럼 알듯말듯한 한자도 눈에 띈다. 장식은 이발소 주인이 직접 꾸몄다고 한다. 생긴 지 40년이 훌쩍 넘은 이발관이다. 길을 조금 더 오르면 한쪽 벽면에 봉제노동자 두 명이 그려진 벽화를 만난다. 공공미술프로젝트 소속 미술가들이 그린 이 그림은 이곳이 한때 2000여 개의 봉제공장이 있던 곳임을 알려준다. 그림을 지나면 일명 달팽이길이라고 불리는 길이 시작된다. 달팽이처럼 한 바퀴 빙 돌아가는 길이다. 굴다리 아래를 지나는데 벽 양쪽엔 주민과 미술가들이 타일 위에 그린 그림들이 붙어 있다. 한쪽엔 귀여운 달팽이 그림과 함께 ‘천천히’라는 글씨가 쓰인 표지판이 서 있다. 이렇게 360도를 돌아서 동네로 들어간다. 충신동 골목의 뼈대는 굴다리길. 달팽이길을 돌아나온 굴다리길은 오른쪽으로 진행하며 충신길과 만난다. 충신길은 다시 낙산성곽길과 이어지는데, 낙산성곽길은 서울성곽을 따라 마을 위쪽으로 나아가며 이화동과 연결된다. 굴다리길과 충신길, 낙산성곽길이 충신동과 이화동을 감싸는 셈이다. 이 두 길 아래 위로 충신2~3길, 낙산성곽1길, 굴다리3길, 4길 등이 사다리 모양으로 연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