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파트너 만드는 노하우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12. 19. 20:14

[김지현의 에로틱칵테일] 파트너 만드는 노하우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은 남녀에게 진짜 갖고 싶은 위시리스트를 꼽으라면 '맘 맞는 섹스 파트너'라고 말할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주변 선배들이 이제 한숨을 내쉬며 "평생 섹스를 보장할 수 있는 이성친구만 있다면 결혼 하지 않아도 살 것 같다"고 고백할 정도니 말이다.

정말이다, 종종 땡길 때면 만나서 욕구 해소만 하고 헤어질 '파트너'가 있다는 사람을 만나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섹스파트너를 만들 수 있는지 간절히 물어보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오래된 친구 K군은 내가 부담 없이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만큼 왕성한 여성편력을 자랑한다. 순진하게 생긴 외모를 경쟁력으로 헬스장이든, 강남역 한복판에서든, 나이트와 클럽에서든, 교회에서든 시간 장소를 불문하고 여자를 꼬신다. 게다가 애인은 애인대로 파트너는 파트너대로 얼마나 관리를 잘하는지 들킨 적도, 끊긴 적도 한 번도 없다.

"시작은 연애하는 거랑 비슷해. 성적으로 끌린다 싶은 여자를 만나잖아, 그럼 차 한잔 하자, 술 한잔 하자 하면서 연락처 주고받아. 그리고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면서 서로 탐색전을 벌이는 거지.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야. 절대 세 번째를 넘기면 안 돼. 무조건 첫날 혹은 두 번째 만났을 때 해야 해. 아니면 사귀는 것처럼 여자가 착각한다거나 섹스할 타이밍을 영영 놓쳐버리게 되거든."

그의 말에 따르면 여자도 눈치가 있어서 일찌감치 섹스를 해버리고 나면 '이 남자가 날 이성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섹스가 하고 싶은 거구나' 하고 정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 관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의 연락을 끊어버리면 되고 섹스가 잘 맞았다거나 그런 관계가 필요하면 그의 연락에 답할 테고, 그럼 파트너 관계가 성립된다는 것.

'너랑 섹스하는 게 목적이야'라는 빤한 속셈을 가진 남녀가 얼굴을 마주했을 때, 서로 민망하거나 양심의 가책, 또는 혐오감을 느끼진 않을까? 그런 찜찜함을 안고 키스를 하고 다정하게 애무할 수 있단 말인가? "아예 모텔방에서 약속 잡는 녀석도 있는데, 나도 그렇게 직설적인 건 싫더라. 만나면 밥을 먹거나 술 한잔 하거나 심지어 영화 볼 때도 있어. 다만 이 모든 과정을 '최대한 짧게' 끝내는 거지. 적절히 친근감이 오가고 기분이 서로 업 될 때까지만. 그러면 여자도 기분 좋고 나도 덜 속물적인 느낌이 들지."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나이트나 클럽에 가는 거란다. 부킹을 통해 적절히 말을 트고 '나가서 술 한잔 더 하자' 혹은 '해장하러 가자' 해서 2차를 가게 되면 그 다음은 게임 끝. 서로 '내가 원하는 건 하룻밤이에요' 하고 암묵적으로 합의하는 순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쪽 애들은 목적이 너무 빤해서 또 재미가 없어. 하룻밤 만나고 나면 딱 끝나게 된단 말이지. 얼굴도 기억 안 나고. 나는 첫 번째 방법을 추천한다."

K군에게 제대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이번 칼럼은 파트너를 원하는 남녀에게 무척 실용적일 것 같다. 반면 아직도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꽤 충격적인 현실일 수도 있겠다.

이 기회에 그 남자 혹은 그 여자가 나를 정말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파트너로 생각하는 건지 냉정하게 판단해보는 건 어떨까. 혹여 당신 마음과는 달리 지금 누군가에게 파트너로서 이용당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