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취미생활 여행

가을이 숨어든 섬으로 떠난 여행 '증도'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2. 1. 10. 19:17

가을이 숨어든 섬으로 떠난 여행 '증도'

 

똑똑한 듯 멍청한 컴퓨터는 하루종일 웅웅 돌고만 있고. 회사 책상엔 낙엽처럼 쌓인 자료들로 넘쳐난다. 업무계획서가 프린트된 A4 용지는 머리 위 깜박이는 형광등만큼 창백하다. 창밖에는 외로운 잎새. 만난지 얼마 안된 가을이 떠날 채비를 꾸렸다. 밤거리 네온사인과 LED(발광다이오드)의 현란함보다는 가을 바다의 어스름한 푸른빛이 그립다. 바다에 수놓인 칠면초의 고혹스런 붉은색도 발길을 이끈다. 이번 주말은 만추의 종착역. 적당한 외로움을 쫓아 바다. 섬으로 떠난다. 신안 증도. 외로운 섬이 나를 기다릴때. 외로운 나는 섬을 기대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나만의 가을을 향해 엔진의 시동을 켠다. 결국 그렇게도 깊은 가을 속으로 숨어든다.



▲ 증도 우전리 앞바다



▲ 바다인지 육지인지 시시각각 변하는 증도 갯벌에는 '바다의 단풍'처럼 화사한 칠면초가 가득 피어났다. 파란 하늘과 붉은 갯벌, 진녹의 솔숲 등 색색 물감이 입혀진 증도는 만추를 맞아 최고로 멋을 내는 중이다.

◇보았나? 바다를 붉게 물들인 단풍

섬이라지만 차를 타고 갈 수 있다. '꿰어진 보배' 서 말이 증도섬에 가득 찬 셈이다. 무안 해제반도에서 다리를 건너면 지도(智島). 징검다리처럼 다시 사옥도. 이곳에서 한번 더 다리를 건너야 닿는 곳이 바로 증도다. 말은 길지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차를 달리면 무안에서 20분이면 닿는다. 대신 오는 동안 육지의 때를 씻었다. 섬 특유의 분위기도 난다는 뜻이다.

이곳에 가을이 들어앉아 있다. 섬에 단풍 수목이 많아서 가을 운운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솔숲이 있어 푸릇푸릇하기만 하다. 만산홍엽도 사그러들고 있는 지금. 증도 갯벌에는 피어난 붉은 칠면초가 또다른 단풍으로 깊은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과연 수평선으로부터 펼쳐진 붉은색 카페트가 섬에 들어온 이들을 환영한다. 붉디붉은 칠면초는 함초와 이끼 등 다른 색상의 염생(소금기 있는 물에서 자라는)식물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비로소 '바다 위의 단풍'의 장관을 펼쳐보인다. 이름처럼 계절마다 색이 변하는 칠면초는 꼭 단풍과도 비슷하다. 마침 가을에 바알간 색으로 불타오르는 것도 그렇다. 나무데크로 만든 탐방로를 갖춰놓아 코앞 가까이서 염생식물을 살펴볼 수 있다. 옆으로는 드넓은 태평염전이다. 한여름 땡볕이 식어들며 잠시 소금일을 멈춘 염전은 무논같은 조각마다 금장판. 은장판을 깔아두었다. 갯벌이 선사하는 눈부신 컬러의 향연에 지쳤다면 염전에 그려넣은 한폭의 수묵화에 잠시 눈을 쉬었다 가면 된다.



엘도라도 리조트는 바쁜 곳에서 찾아온 이들이 느림을 충분히 즐기며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 바다의 속삭임을 들으며 즐기는 바비큐. 숯이 타들어가면 추억도 고기도 함께 익어간다.

◇바쁜 곳에서 와서 느림에 빠져들다

괜히 슬로(slow) 시티가 아니다. 증도에선 서두르는 이가 별로 없다. 빽빽한 나무가 들어선 해송 숲의 광경에 취해 잠시 길에서 머뭇댄대도. 하이빔을 쏘고 경적을 울리는 경망스러움을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느린 마을의 서정적인 풍광에 젖어들어 바쁜 마음까지 노골노골해진 듯하다. 초가지붕 파라솔이 송송 서있는 남국 해변같은 우전 해수욕장. 밀려오는 파도 역시 느린 바다 속으로 역시 느려터진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엔진을 켰는지 그냥 떠있는지 멀리 어선 한 척도 멈춰섰고. 저 멀리 섬들도 있는지 없는지 보일락 말락한 푸른 그림자만 드리운다. 바로 이것이 증도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이다. 만약 여름 휴가철에 증도를 찾았다면 이런 귀한 감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모두 떠난 바닷가에 외로운 파도소리. 갯벌 위를 기어다니는 칠게의 발자국 소리도 들릴 듯한 한적함과 느림. 그리고 오랜만에 만끽하는 여유로움. 이것이 증도 여행의 백미다.

활처럼 휘어진 해변가 끝 언덕에는 실로 기가 막힌 위치에 리조트가 들어서있다. 이 한적한 섬에 화려한 리조트라니. 하지만 전혀 쌩뚱맞지는 않다. 엘도라도 리조트는 애초 느림의 미학을 테마로 세워진 곳이기 때문이다. 번쩍번쩍한 부대시설에다 반드시 놀고야 말겠다는 손님들을 꽉꽉 채우는 곳이 아니라. 단단한 모래 해변을 산책하고 숲을 거닐다 벤치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개발했다. 자연 절벽의 라인 그대로 따라 세워진 객실마다 멋진 그림이 걸려있다. 어느 노화백의 것도 아니고. 해외 유명 작품의 모작도 아니다. 그림이란 바다로 향해 난 창문이다.


 

※ 증도 여행정보

●둘러볼 곳=증도는 전라남도 신안군의 1000여개 섬 중 하나이며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람사르 등록습지. 갯벌도립공원 등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자동차로 섬을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이내로 짧지만 태평염전. 소금박물관. 염생식물탐방로. 갯벌박물관. 우전해수욕장. 신안해저유물박물관 등 곳곳의 명승을 체험하고 돌아본다면 한나절이 꼬박 걸릴 정도로 알찬 여행지다.
증도에는 제주 올레길처럼 걷기좋은 모실길(5개 코스·총연장 42㎞)이 있고. 언덕 구간이 별로 없어 자전거로 둘러보기에도 좋다.


●먹거리=가을낙지가 제철이다. 지도 수협어판장에서 구입할 수 있고. 세발낙지를 이용한 호롱. 탕탕이. 연포탕 등 섬세한 낙지 요리가 그립다면 무안 세발낙지골목에서 맛볼 수 있다. 엘도라도 리조트에선 밤바다를 바라보며 바비큐를 맛볼 수 있다. 오후 4시30분과 8시 타임으로 나눠 숯불과 그릴을 차려준다. 고기나 해산물은 미리 준비해 와도 좋고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구입해도 된다.


●잘 곳=엘도라도 리조트(사진·www.eldoradoresort.co.kr)는 조용한 섬 증도를 세상에 널리 알린 곳이다. 명사십리가 아득하게 펼쳐진 우전리 해안선의 정중앙 언덕에 자리했다. 눈부신 풍광과는 달리 리조트 안 산책로와 프라이빗 비치 역시 조용하다. 월풀 욕조 등 현대적인 분위기의 고품격 인테리어를 갖춘 객실은 물론이며 함초 해수찜과 사우나. 한·일식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도 근사하다. 엘도라도는 현재 가을 특별 회원을 모집 중이다. 스위트·로열형이 있으며. 스위트실속형 상품은 2585만원에 분양한다. 골프를 즐긴다면 광주·전남 지역 10개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골프십 상품(2962만원)이 좋다. 일시불 가입시 할인 혜택과 함께 계약 즉시 소유권을 등기할 수 있어 법적재산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개인 분양가로 법인도 분양이 가능하다. 특히 부가세도 환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 혜택이다. (02)32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