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취미생활 여행

강원도 정선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2. 1. 10. 19:25

 

강원도 정선
① 억새와 단풍이 그린 가을날의 수채화

 

가을은 참으로 오묘한 계절이다. 날씨와 무관하게 언제나 아름답다. 화창한 날에는 고운 단풍과 은빛 억새가 반짝거리고, 흐리거나 보슬보슬 비가 내리는 날에는 운치가 물안개처럼 퍼진다.

봄이나 여름과 달리, 가을은 하늘과 가까운 곳부터 찾아온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야 식물들은 본격적인 변신을 준비한다. 고산준령의 고장인 정선에는 가장 먼저 가을이 다가온다.

정선 민둥산은 억새가 장관이다. 10월부터 억새꽃이 피어나 11월 중순까지 절정을 이룬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길이 나 있어 억새를 만나러 가는 과정이 그다지 힘들지 않다.

정상부를 뒤덮은 억새는 오랫동안 같이 연습해 동작을 맞춘 무용수처럼, 추풍이 불 때마다 일제히 춤을 춘다. 깃털처럼 가벼운 억새들은 연약하고 허무한 몸짓을 반복한다.

억새는 오감까지는 아니지만, 세 가지 감각은 동원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눈으로는 햇빛에 따라 순백색부터 주황색까지 변하는 빛깔을 보고, 귀로는 사박거리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손으로는 보드라운 감촉을 느껴야 한다.

가을의 또 다른 전령사인 단풍은 억새보다 화려하다. 새빨간 단풍나무와 샛노란 은행나무는 선명하고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인적이 워낙 드물고 수목이 많은 정선에서는 단풍이 든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함백산 기슭에 자리한 정암사(淨巖寺)는 그중 으뜸으로 꼽힌다.

오대산 월정사의 말사인 정암사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가람 배치가 독특하고 볼거리가 다채로운 사찰이다. 특히 보물로 지정된 수마노탑에 오르는 길은 호젓하면서도 평화롭다. 계단 위에는 낙엽이 나뒹굴고, 하늘을 가린 나뭇가지에는 단풍잎이 매달려 있다.

부처의 진신사리가 봉안돼 있는 고려시대 7층 석탑 아래로 펼쳐지는 경치도 볼만하다. 수마노탑과 함께 정암사에서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할 곳은 적멸보궁이다. 불상이 없는 대신 탱화가 걸려 있는 적멸보궁은 단아한 건축미를 보여준다.

 

 

 

정선② 추억을 쌓고 이야기를 간직하다 

 

아우라지는 송천과 골지천이 합류하는 접점이자 배가 정박해 있는 나루터다.

여량면에 속해 있는 이곳은 구슬프고 애처로운 후렴구가 심금을 울리는 정선아리랑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민요에는 강을 사이에 두고 살던 처녀와 총각이 건너편에 있는 연인을 만나지 못해 안타까워했다는 사연이 깃들어 있다.

여량면 구절리역과 아우라지역을 잇는 7.2㎞의 선로는 정선선의 마지막 구간이다.

석탄을 운송하기 위해 개설된 철길에는 한때 화물열차와 통근열차가 활발히 오가기도 했다. 하지만 석탄 소비와 인구가 줄어들면서 구절리역까지 운행되는 기차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정선 사람들의 애환과 삶이 녹아 있는 구절리역은 기차역으로서의 효용은 상실했지만, 레일바이크가 다니는 명소로 거듭났다. 철로 주위의 정경이 워낙 수려해서 주말에는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레일바이크는 산자수명한 자연과 고요한 마을을 고루 통과하고 내리막과 오르막이 섞여 있어 40분 동안 지루할 겨를이 없다.

계절에 따라 색색의 꽃과 신록, 단풍이 탑승객을 환영하고 새와 골짜기가 내는 소리도 들려온다. 아우라지역에 도착하면 '아리아리 관광열차'를 타고 구절리역으로 귀환하게 된다.

정선아리랑의 처녀 동상이 세워져 있는 아우라지는 풍광이 크게 바뀌었다. 뗏목이나 섶다리가 없으면 강을 건너지 못했던 옛날과는 달리, 초승달 모양의 조형물이 있는 튼튼한 다리가 놓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우라지의 물은 여전히 투명하고, 강가에 늘어서 있는 버드나무는 기다란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아우라지에 고즈넉한 옛길 산책로가 만들어지면, 애달픈 이야기를 회상하며 거니는 사람이 더욱 늘어날 듯싶다.

 

정선③ 백두대간의 절경을 발아래 마주하다

 

한반도에서 가장 크고 긴 산줄기는 정선을 관통하며 지나간다. 정선은 지세가 높고 험준해 농경이 어렵고 교통이 불편하지만, 풍경은 시원스럽고 장쾌하다.

정선에는 해발 1천m가 넘는 산과 그 사이로 난 고갯길인 재가 많다. 함백역 남쪽, 두위봉과 예미산의 중간에 자리한 새비재도 그중 한 곳이다.

여름이면 고랭지배추가 줄지어 심어져 대지가 온통 초록빛으로 변하는 새비재를 오르다 보면 푸른 소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남녀 주인공이 훗날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며 타임캡슐을 묻었던 곳이다.

지난 6월 소나무 주변은 영화처럼 타임캡슐을 보관할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됐다. 소나무를 에워싸고 있는 광장에는 5천868개의 타임캡슐이 들어가는 12개의 원형 블록이 설치돼 있다.

사랑을 기약하고, 미래를 함께하고자 하는 연인과 가족은 애장품이나 편지를 밀봉한 뒤 짧게는 100일, 길게는 3년의 기간을 정해 두고 땅속에 자그마한 타임캡슐을 넣는다.

타임캡슐에 관심이 없더라도 공원은 일부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해국을 비롯해 야생화가 나풀거리는 산책로를 걷고, 벤치에 앉아 첩첩한 산마루를 여유롭게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타임캡슐 대신 글씨로 시간을 붙잡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대형 낙서판도 있다.

한편 정선읍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병방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무척 아름답다. 조각칼로 부드럽게 깎은 듯, 산허리를 유려하게 휘감아 도는 동강은 억겁의 시간이 빚어낸 작품 같다.

 

정선④ 5일장에서 강원도의 정서를 경험하다

 

조용하고 한적하기만 한 정선읍이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릴 때가 있다. 정선은 물론 인근 지역의 상인들이 몰려오는 장날이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관광열차가 운행될 만큼 인기가 높은 정선 5일장에서는 곤드레나물과 곰취, 황기와 더덕, 고사리와 헛개나무 등이 대표 상품다.

가을이 다가오면 말린 고추와 버섯, 각종 채소도 등장한다. 시골 장이지만 안심하고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원산지가 분명히 표기돼 있고, 상점마다 가격의 편차가 크지 않다. 손수 재배하고 채취한 작물을 파는 사람도 많다.

정선 5일장에는 장보기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메밀부침에 매콤한 야채 소를 넣은 전병과 수수 가루 반죽을 기름에 지진 수수부꾸미, 감자로 빚은 수제비 같은 옹심이는 소박하지만 정감을 자아내는 음식이다. 감자떡과 수리취떡, 호떡과 막과자처럼 간단하게 요기할 만한 주전부리도 다양하다.

동부지구대 앞 무대와 문화예술회관에서는 길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공연도 벌어진다. 올해 정선 5일장은 11월 27일까지 계속된다.

◇ 여행정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평창을 비롯해 영월, 태백, 삼척, 동해, 강릉에 둘러싸여 있다. 정선군은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해 관광 명소, 추천 코스, 숙박, 음식 등 여행 정보가 담긴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화암동굴 = 경치가 빼어나기로 이름난 화암팔경(畵岩八景) 가운데 하나이다. 일제강점기 금광을 찾던 중에 우연히 발견된 테마형 동굴이다. 관람로의 길이는 1천800m이며, 돌아보는 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 추억의 박물관 = 신동읍 아리랑학교 내에 위치한 작은 박물관으로 수십 년 전의 교과서와 잡지, 만화책이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달력과 삐라가 당시의 상황을 상상하게 한다. 또한 정선이 탄광지대였음을 알려주는 지도와 보고서도 살펴볼 수 있다.

▲ 추억의 시내버스 =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정선 버스터미널에서 화암동굴까지 가는 버스가 오후 12시 30분과 1시 30분에 운행된다. 버스에는 안내양이 동행해 코스와 여행지에 대해 설명하고, 정선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요금은 일반 버스와 동일하다.

▲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 정선에서 함백산 다음으로 높은 가리왕산(1천561m)에는 주목과 구상나무, 마가목 등이 우거진 전국 최대의 활엽수림이 있다. 회동계곡을 따라 산림문화휴양관과 숙소, 야영장, 오토캠프장이 조성돼 있으며 산책로와 등산로도 있다.

아라리촌 = 강원도의 옛 가옥을 복원해 놓은 민속촌으로 정선체육관 근처에 있다. 겨릅대를 이엉으로 엮어 지붕을 올린 겨릅집과 붉은 소나무로 지붕을 덮은 너와집을 볼 수 있으며, 숙박 체험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