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도비산 부석사
새를 좇아 드넓은 천수만 간척지를 헤매다 길을 잃었을 때, 길을 찾는 기준이 되는 것은 현대그룹 시절 쓰던 거대한 정미 창고와 도비산(358m)이다. 이 도비산 자락에 1,300년 전 창건된 부석사가 있다. 천수만 철새 여행에 베이스캠프가 되는 사찰이다.
주지 주경 스님과의 차담. 스님은 옛이야기 한 자락을 들려줬다.
↑ 서산 부석사로 오르는 오솔길. 단풍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가을 부석사는 겨울이 깊어지면 탐조 여행객의 캠프가 된다.
"매한테 쫓기던 비둘기가 수행자의 품으로 숨어들었습니다. 수행자가 왜 약한 생명을 해치려 드냐고 매를 꾸짖었습니다. 매는 '비둘기를 먹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고 항변했습니다. 수행자는 비둘기 대신 자기 살을 떼어 주겠다고 허벅지 살을 베어내 저울에 비둘기와 함께 달았습니다. 그런데 저울이 비둘기쪽으로 기울었어요. 다리 하나를 잘라 다시 얹어도 역시 비둘기가 더 무거웠습니다. 마침내 수행자가 저울 위에 올라서자 수평을 이뤘습니다."
새에 대한 고민이 곧 인간에 대한 화두라고 스님은 얘기했다. 부석사는 요사채 한 칸을 천수만습지연구센터에 내주고 탐조용 망원경과 카메라 등을 사서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사람들이 철새를 접할 기회를 주고 있다. 2003년 시작된 철새 템플스테이는 재작년과 작년 두 해를 쉴 수밖에 없었다. 조류 인플루엔자에 구제역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부석사는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프로그램을 다시 진행한다.
철새를 보러 떠난 길이 아니더라도, 부석사는 한 번쯤 부러 찾아갈 만큼 예쁜 절집이다. 이름과 창건 설화까지 같은 경북 영주의 부석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고즈넉한 분위기만은 뒤지지 않는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굽어보는 서산과 태안의 누긋한 지세가 누구나 꼽는 이 절의 첫째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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