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단 4명에 막혀버린 4대강 마지막 공사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2. 6. 23. 08:35

 

단 4명에 막혀버린 4대강 마지막 공사

양평 두물머리 첫삽도 못떠
유기농-외부 반대단체 연대 국공유지 불법 점유 버티기


 
20일 경기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길이 만나 한 폭의 절경을 빚어내 ‘두물머리’로 잘 알려진 곳이다. 세미원, 나루터, 석창원 등 명소가 많고 낙조가 유명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유기농가의 비닐하우스가 늘어서 있고 논에는 갓 심은 모가 파릇파릇한 평범한 농촌마을이기도 하다.

올해 말 완공을 앞둔 4대강 사업이 이곳 두물머리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예정대로 완공식을 치를지 불투명하다. ‘한강 1공구 양평 두물지구’는 일부 좌파 성향 단체들에게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한 마지막 시위 장소로 급부상하면서 4대강 사업구간 중에서 유일하게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한 곳이다. 국공유지를 불법 점유한 유기농민 4명과 두물머리를 ‘최후의 보루’로 삼은 일부 좌파단체 앞에서 국가 공권력이 무기력하게 멈춰 서 있다.

○ 불법 점유에 무기력한 국가 공권력


‘두물지구 사업’은 경작, 비닐하우스 등으로 훼손된 하천 용지를 복원해 수질오염을 막고 자연생태하천을 조성하는 것이 주 사업목적이다. 35억 원을 들여 유지관리도로(1009m), 산책로(864m), 편의시설, 조경시설 등을 만들 계획이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완공 예정이었지만 하천 용지를 불법 점유한 4명의 유기농민과 이에 가세한 4대강 반대 단체 때문에 아직 착공도 하지 못했다. 4대강 사업을 통해 전국 하천 용지에 있는 비닐하우스 3만3162동 중 아직 철거되지 않은 비닐하우스는 두물머리 37동뿐이다.

두물머리 유기농가 11곳 중 7곳이 이주한 가운데 유독 4곳만이 ‘4대강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농지보존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 ‘두물머리밭전(田)위원회’ ‘에코토피아’ 등 4대강 반대단체들과 연대해 두물머리에서 떠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유기농민에게 하천점용허가를 내준 양평군이 2010년 3월 4대강 사업 진척을 위해 허가를 취소했기 때문에 이들은 현재 국공유지를 불법 점유한 상태다. 양평군은 지난해 5∼10월 자진 철거 및 농지이전을 촉구하는 계고장을 다섯 차례 보냈다.

4대강 반대단체들은 2009년 팔당공동대책위를 구성했으며, 2010년 2월부터 매일 오후 두물머리에서 4대강 반대 미사를 열고 있다. 지난해 6월과 12월에는 이들의 저지로 공사장비 진입이 무산되기도 했다.

▼ 이주 거부 농민 “경작면적 줄여서라도 농사 짓겠다” ▼

22일 경기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양평 두물지구’ 4대강 사업지 입구에는 ‘아니 여기 유기농지라더니 왜 이렇게 지저분해, 유기농지 철거하고 4대강 개발한다고 이렇지요’라고 쓰인 푯말이 서 있다. 일부 농민과 4대강 반대단체가 세운 것으로 보인다. 양평=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보상을 받고 떠난 다른 농가의 땅은 외지인과 반대 단체의 차지가 됐다. 지난해 5월 논 5900m²에 모내기를 해 벌금을 부과받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밀, 마늘, 땅콩, 옥수수, 감자 등을 추가로 심었고 지난달 말에는 에코토피아 회원들이 모내기를 했다.

팽팽한 대치가 계속되면서 쌍방 소송전도 진행 중이다. 농민들이 두 차례에 걸쳐 낸 하천점용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은 2심에서 양평군에 승소 판결을 내렸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양평군이 낸 경작금지 가처분신청은 기각됐지만 이는 ‘행정대집행으로 목적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가처분이 필요 없다’는 취지였다.

이주를 거부하고 있는 농민 최요왕 씨는 “경작면적을 다소 줄여서라도 농사를 계속 짓겠다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며 “정부가 유기농업이 수질오염의 주범인 것처럼 몰아세우면서 우리를 쫓아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측은 “비닐하우스, 논 등 경작을 위한 시설은 하천법 및 정부정책에 따라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 현지 주민들은 “공사 즉각 시행하라”


버티는 농민들을 보는 현지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마을 곳곳에는 ‘두물머리 사업 속히 시행하라’는 주민 명의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3대째 두물머리에서 살고 있는 농민 손기원 씨(78)는 “수십 년 살아온 주민들은 모두 사업에 찬성하고 땅을 내놨는데 원래 주인에게 경작권을 사서 몇 년 전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먼저 이주한 7곳의 유기농가는 연리 1.5%의 농지구입자금과 영농시설 설치자금 60억7000만 원을 지원받아 농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인근 4대강 사업지역의 농가 47곳은 대체농지 조성을 희망해 경기도가 남양주와 광주에 유기농시범농장을 조성했다.

국토부는 올해 말 4대강 사업 완공을 위해 늦어도 8월까지는 강제 철거를 결정할 방침이다. 안시권 4대강본부 기획국장은 “이주를 거부하는 농민들은 국공유지 불법 점유를 하루빨리 중단해야 한다”며 “무조건 반대하면 국책사업을 막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평=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