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야기

시도지사 야권 단일후보 9명중 5명 승리… ‘單風’ 거셌다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0. 6. 5. 10:02

시도지사 야권 단일후보 9명중 5명 승리… ‘’ 거셌다

 

정체성 알릴 기회 놓쳐 외국은 ‘선거후 연립’ 일반적

“북풍()도, 노풍()도 없었다. 그러나 ‘단일화 바람’은 힘이 셌다.”

전문가들은 6·2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예상 밖의 선전을 한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후보 단일화를 꼽는다. 이번 ‘단일화 학습 효과’로 7·28 재·보궐선거는 물론 2012년 대선에서도 단일화 논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녹록지 않았던 단일화 과정


이번 야권 단일화는 좌초의 위기를 수없이 거쳐 이뤄졌다. 1월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에서 ‘공동지방정부’를 내걸며 각 야당에 후보 단일화를 처음 제안한 뒤 2월 야5당(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은 4개 재야단체와 함께 ‘공동협상기구’를 발족했다. 그러나 3월 진보신당이 “정책과 노선의 공조 없는 ‘무조건식 반MB 연대’에 찬성하기 어렵다”며 탈퇴를 선언해 첫 난관에 봉착했다. 나머지 4개 야당과 재야단체가 논의를 재개해 3월 15일 첫 협상안을 만들었으나 이번에는 민주당 내에서 당권파 대 비당권파 간의 다툼이 벌어져 결렬 위기를 맞았다. 민주당이 기초단체장 후보를 양보키로 한 지역에 서울 광진, 경기 하남, 전남 순천 등 당내 비당권파 의원들의 지역구가 대거 포함된 것이 문제였다.

지리멸렬했던 야권 연대 논의의 물꼬를 튼 것은 인천이었다. 중앙당의 협상 결렬 소식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협상을 진행한 민주당 등 야5당 인천시당은 4월 22일 구청장 단일후보를 발표한 데 이어 4월 26일 단일화 방식을 확정했고, 5월 2일 송영길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를 단일후보로 내세웠다.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후보를 내지 않았던 경남에서도 중앙당 차원의 협상 결렬과는 무관하게 단일화 협상이 진척됐다. 야권 단일화 협상의 하이라이트는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 협상이었다.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 간에 진행됐던 단일화 협상이 4월 20일 결렬됨에 따라 광역단체장 단일화와 패키지로 추진했던 기초단체장 단일화도 무산 위기를 맞았다. 유 후보는 “무협소설로 치면 살수와 암수가 가득하다”며 독자 출마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결렬 이틀 만인 4월 22일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중재에 나서며 협상이 재개됐고 5월 3일 단일화 안이 마련됐다. 기초단체장 9곳의 단일화 협상도 일괄 타결됐다.

경기의 단일화 타결에 이어 충북도지사(5월 6일) 부산시장(5월 9일)의 야권 단일화 후보가 일제히 발표되는 등 전국적인 단일화 타결 도미노 현상이 벌어졌다.

 

○ 고진감래()

16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이룬 지역은 총 9곳이었다. 이 중 인천 충남 충북 강원 경남 등 5곳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승리했다. 패하긴 했지만 진보신당을 제외한 야4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한명숙 민주당 후보는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야5당 부산시장 후보였던 김정길 민주당 후보는 역대 야당 후보의 부산시장 도전 중 가장 높은 44.5%의 득표율을 올렸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단일화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인천 구청장 선거의 경우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9곳 중 8곳(민주당 6, 민노당 2)에서 당선됐다.

특히 민노당은 단일화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민노당은 야5당이 연대한 울산 북구청장 선거에서 이겨 ‘진보정치 1번지’를 되찾았고, 인천에서도 2명의 구청장을 배출했다.

○ “효율적인 전략이나 정당 정치 훼손”

단일화는 분명 선거 승리를 위한 효율적이고 매력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단일화가 정당 정치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정당은 노선 가치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목적인데 정체성을 불문하고 다른 당과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은 정당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정치학)는 “선거 후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외국에서 보편적으로 있는 일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후보 단일화가 대명제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만의 특성”이라며 “정책과 노선으로 유권자에게 심판받는 것이 정당 정치의 기본 정신인 만큼 무조건적인 단일화는 정당 정치의 퇴행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정치 컨설턴트인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야권 단일화가 이번에는 잘됐지만 2012년 총선에서는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선거에서는 도지사 후보를 양보받는 대신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구청장 등을 주는 방법을 통해 소수 진보정당들의 협력을 얻을 수 있었으나 총선은 하나의 자리를 두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므로 나눠줄 몫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