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취미생활 여행

경기 수원 서호공원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0. 8. 9. 21:59

[나들이] 경기 수원 서호공원





수원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수원성)이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화성에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화성에 가린 '비운의 명소'들이 여럿 있으니 그중 하나가 서호다. 오래된 소나무와 팽나무 따위가 정취를 더 하는 제방, 백로가 무리 지어 날아와 노는 저수지,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도는 수변로…. 잠깐의 설명만으로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농촌진흥청이 자리한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과 팔달구 화서동의 접경에 있는 서호는 역사가 제법 오래된 저수지다. 수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화성 축성 당시 농민들의 관계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1799년에 만든 저수지가 바로 서호다. 수원의 서쪽에 있다고 해서 '서호'(西湖)로 불린다. 하지만 본래 이름은 따로 있다. '축만제'다(祝萬堤). 만년 넘게 조선의 영화가 계속되길 축원하는 저수지다.

이 저수지는 조선 23대 왕인 순조(1831년) 때에 항미정이 들어서면서 주위에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항미정은 서호 서쪽 제방에 있는 자그마한 정자다. 'ㄴ'자 형태의 홑처마 목조건물로 서호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항미정(杭眉亭)이라는 이름은 소동파의 시구에서 따왔다. 공교롭게도 소동파는 "서호는 항주의 미목 같다"고 읊었다. 여기서의 서호는 중국 절강성 항주 서쪽에 있는 호수를 가리킨다. 그리고 미목(眉目)은 눈썹과 눈을 의미하는데, 사람의 얼굴에서 인상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미목이다. '항주의 미목 같은 정자'인 항미정은 그러니까 수원 서호의 인상을 확 바꿀 만큼 아름답다고 자화자찬하는 건물인 셈이다. 실제로도 항미정은 고즈넉이 서호를 굽어보는 정자로서 시인 묵객을 비롯해 조선 27대 왕인 순종이 쉬어가는 등 그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오늘날의 서호는 시민의 쉼터로서 사랑받고 있다. 저수지에는 숭어를 비롯해 물고기들이 득시글거리고, 그 풍부한 먹잇감을 찾아 북서쪽에 자리한 여기산에서 중백로, 쇠백로, 해오라기, 황로, 왜가리 등이 날아든다. 도시에서 이런 새들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서호의 제방은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다. 제방의 길이는 3㎞가량 된다. 천천히 걸었을 때 1시간쯤 걸리는 거리. 제방에는 오래된 팽나무와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어 정취를 더한다. 서호공원이 호수와 붙어 있는데, 시민체육공원 같은 곳이다. 각종 체육시설물들이 비치돼 있다. 한편에는 자전거 대여점이 있다. 1시간 빌리는 데 3000원이다. 자전거를 타고 수변산책로를 돌 수도 있다.

만약 서호에 가볼 마음이 생겼다면 저물녘까지 머물다 오길 권한다. 서호의 해거름이 일품이다. 서호낙조라는 이름으로 수원8경에까지 올랐을 정도다. 서쪽 하늘이 붉어지면 물빛이 하늘빛을 담아 함께 붉게 물든다. 항미정 앞 제방에는 그 멋진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쪼르르 서서 숨을 죽인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지하철 1호선 화서역 2번 출구→서호공원→서호산책로 문의: 수원시청 문화관광과 031-228-3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