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서른한살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3) "뭐야, 아직도 같이 안 잤다고?"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9. 23:35

[서른한살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3) "뭐야, 아직도 같이 안 잤다고?"

 

두 달 만의 모임. S군이 새 소식을 들려줬다. 몇 년간 싱글을 자처하던 그가 드디어 연애에 빠졌다는 것이다. 만난 지 얼마나 됐어, 손은 잡았니, 키스는 했고, 뭐야 아직도 같이 안 잤어?

맥 빠지게도 그는 연애 한 달 동안 겨우 손만 잡은 상태였다. 그녀가 너무 좋아서 아직은 지켜주고 싶어,

 라고 그가 답했다.

 

맞다, 손 잡고, 키스하고, 가벼운 패팅을 하고, 그 다음 섹스를 하고. 참 일반적이고 오랫동안 학습받아 온 단계별 스킨십이다. 하지만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여자들의 고민. "그 남자, 나랑 자고 나서 시큰둥해졌어요, 전처럼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아요." 그건 그 남자와 빨리 자지 않았기 때문이다!

술자리에 있던 모든 남자들이 동조한 것처럼, 자고 나면 여자에게 '약간의' 흥미를 잃는 건 변치 않는 진리인 것 같다. 따라서 연애지침서에 나온 대로 여자들은 그 흥미를 더 오랫동안 유지 지속시키기 위해 남자와 '자주기'까지의 시간을 늘릴 수 있을 만큼 늘린다.

 

실제로 자지 않는 관계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성적 긴장은 더 팽배해지고 여자의 몸에 대한 남자들의 기대치는 극한대로 올라간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완벽한 그날이 와서, 드디어 섹스를 한다면? 펑~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큰 법. 그 동안의 긴장과 기대는 바람 빠진 풍선마냥 급속도로 오그라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연애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되기 전에 그 남자와 잔다. 남자에게 나와의 섹스에 대한 기대심리를 주지 않으려는 내 원칙이다. 어차피 자고 난 뒤 나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거라면 그런 흥미 따위야 차라리 빨리 떨어지는 게 낫다. 게다가 한 번 자고 나면 이 남자가 진짜 나를 좋아하는 건지, 나와 자고 싶었던 건지도 명백해지지 않던가. 자고 나서 나를 더 많이 사랑해 줄 수 있는 남자와 연애하는 게 나에겐 이익이다.

 

무엇보다 나는 여자들의 성욕을 믿는다. 100퍼센트 버진이 아닌 만큼 한 번 섹스를 하고 나면 남자처럼 여자도 섹스가 종종 '땡긴다'. 야한 영화를 보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키스만 해도 팬티 속이 금세 젖어온다. 특히 이런 몸의 반응은 연애 한 달이 가장 클라이맥스인데, 우리가 수녀도 아니고 석녀도 아닌데 그걸 꿋꿋이 참아내야 한다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S군의 말대로 그녀가 진정 '천천히 진도 나가는 것'을 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섹스를 연애 게임에서의 대단한 무기로 삼는 건 비겁하다. 섹스라는 건 생각보다 별게 아닐 수도 있고, 혹은 연애관계를 더 열정적이고 풍성하게 만드는 대단한 것일 수도 있다. S군, 어쩌면 사랑하기에도 모자란 이 소중한 시간에, 쓸데없는 것을 지키느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