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살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6) "한번 잤다고 메달리면 어떡해?"
침대까지 갔는데 그 여자와 자지 않는 남자가 있을까? 있더라!
유부남을 좋아한 적이 있었다.
같은 여자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같은 도덕적 논란일랑 여기선 접어두도록 하자.
와이프가 여자였던 지는 이미 오래, 가족과 근친상간하는 기분일 그로서는
어린 여자가 자기를 바라보며 눈을 빛내고 얼굴을 붉히는 순간 잠깐 설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를 좋아했던 나는 정말 그 남자와 자고 싶었다.
어차피 영원히 내 것일 수 없는 남자, 하룻밤이라도 완벽하게 가져보고 싶었다.
그러고 나면 갖지 못하기 때문에 더 욕망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침대에서 분연히 나를 떨치고 일어났다.
그날 이후로도 몇 번 더 기회가 있었지만 매번 그는 그 선을 넘지 않았다.
바람피우는 유부남의 심리는 다양할 것이다.
어떤 남자들은 와이프와의 잠자리가 싫증나서 육체적인 부분만 탐닉한다면,
낯선 여자를 통해 잃어버린 남성성을 회복하고 풋풋한 연애 감정을 느껴보고 싶어하는 남자도 있다.
그렇다고 그 잠깐의 감정 때문에 가정을 깨고 싶진 않은 그들이 스스로에게 허용하는 선은 딱 키스까지.
그렇게 몇 번 불발탄이 터지고 나는 또 나름대로 욕구불만에 '이제 나는 더 이상 남자에게 성적으로 어필하지 못하는 걸까' 하면서 며칠 우울해했고, 그러다가 '그래, 이건 플라토닉 러브야. 육체를 배제한 사랑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고!' 하면서 자위했는데….
현재도 '바람 진행 중'인 유부남 K군이 이 상황에 대해 냉정하게 말했다.
"그건 김양이 무서워서 그래." 이 여자 절박하구나, 이 여자랑 자면 한 번 자는 걸로 안 끝나겠구나,
나의 가정을 위협하겠구나.
이 공포심이 그 남자의 동물적인 욕망마저도 잠재웠을 것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자존심은 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그러고 보니 한 친구가 떠올랐다.
섹스를 참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1년 넘게 여자친구와 사귀면서 끝까지 그녀와 자지 않았다.
도저히 욕구를 참지 못하겠으면 나이트에 가서 원나잇을 통해 해결했다.
"도대체 왜 여자친구와 자지 않는 거야?"라고 물었더니 그가 답했다.
"여자친구가 '처녀'란 말이야. 물론 걜 좋아하긴 하지만 결정적인 확신이 없단 말이지.
만약 걔랑 자고 나서 나한테 책임지라거나 매달리거나 하면 어떻게 해?"
아. 남자들이 구조적으로 아무 여자랑 잘 수 있게 태어났다거나 성욕을 주체 못 한다거나 하는 건
어쩌면 편견일 수도 있겠다. 그들을 남자로 만드는 '수컷 본능'은 절대적인 게 아니다.
순간의 성욕을 뛰어넘는 강한 통제기제가 그들에게 분명히 있다. 새삼스럽게 감탄이 나온다.
그렇다, 남자들은 의외로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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