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7) 男들이 '신상'과 결혼하고 싶은 이유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9. 23:43

[서른한살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7) 男들이 '신상'과 결혼하고 싶은 이유

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평범한 남자들과 술을 마셨다.

술이 흠뻑 들어가다 보니 꽤 야시시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를테면 넌 첫 경험이 몇 살 때였냐, 여태껏 몇 번이나 해봤냐, 이런 것들이었다.

그 와중에 누군가 외쳤다.

 

"난 내 와이프가 처녀였음 좋겠어!" 그러자 다들 한마디씩 덧붙였다.

"난 여자가 허리 돌리는 게 제일 무서워." "여자친구가 첫 섹스 때 오랄을 해주는 거야.

헤어질까 진지하게 고민했다니까."

내가 진지하게 물었다. "그래서…… 안 좋았어?"

그들이 한목소리로 답했다. "좋긴 좋았지."

 

실제로 목석같이 누워서 몸을 대주고 있는 여자보다는 작은 터치에도 유연하게 반응하고

과감히 신음 소리를 내는 여자들이 훨씬 섹스하기에 좋다.

결혼생활의 장점 중 하나가 언제든 공식적으로 섹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일 텐데,

심심하더라도 혹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굳이 처녀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고보다는 신상이 낫지 않나. 왠지 깨끗할 거 같잖아.

내가 그녀의 첫 남자로 평생 각인될 거라고 생각하면 정복욕도 충족되고, 좀더 책임감도 생기지.

남자의 손길이 한 번도 닿지 않은 여자들은 남자 손이 닿을 때마다 그 반응이 아주 신선하단 말이야.

'처녀'에 대한 그들의 애정과 집착은 전혀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았지만 순수하리만치 한결같아서

차마 미워하거나 기분 나빠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누군가 말했다.

"남자들은 처녀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처녀가 아닌 것을 싫어할 뿐이지."

 

그의 말에 따르면, 내 여자가 처녀가 아니라는 것은 이 여자가 한 명과 잤는지

백 명의 남자와 잤는지 모른다는 것. 따라서 그녀와 섹스할 때마다 그녀의 몸을 스쳐간

한 명 혹은 그 이상일 불특정 다수에 대한 잔흔이 계속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아,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 나 역시 남자에게 내가 첫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에

눈물겹게 화가 난 적이 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던 남자였는데,

그 남자가 사정하는 순간 아 이 남자가 나 말고 다른 여자에게도 이 표정을 보여줬겠구나,

 

이렇게 다정하게 다른 여자도 쓰다듬고 껴안아주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눈이 뒤집힐 것 같았다.

심지어 나와 이별하게 된다면 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그의 몸 떨림과 신음과 이 표정을 느낄까 싶어서

그를 침대에서 확 밀쳐내고 말았다. 그 순간 나 역시 참을 수 없는 열등감과 불쾌감에 시달렸던 것이다.

 

남자들은 놀라울 만큼 마초적이고 단순하게 "난 처녀가 좋아"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것은 섹스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집착과 질투로 얼룩지는 순간은 흉한 결말을 낳는다.

그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이렇게 사랑하는 그녀의 몸에 새겨진 다른 남자의 흔적과

끊임없이 싸우는 남자들의 자아가 약간은 귀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