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8) '신상 딱지' 떼지 않은 네가지 유형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9. 23:44

[서른한살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8) '신상 딱지' 떼지 않은 네가지 유형

지난주 칼럼이 나간 뒤로 몇몇의 남자 지인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요새 남자들은 '신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처녀인 여자는 부담스러워."

"서른 살 다 되도록 처녀라면 아무도 자고 싶어 하지 않을 만큼 성적 매력이 없는 여자 아냐?"라고

말한 남자도 있었다.

 

그런데 내 주위에는 생각보다 처녀가 많다.

나보다 대여섯 살 어린 후배부터 또래까지 꼼꼼히 따져봤을 때 50%에 가까울 정도다.

"엄머, 어떻게 결혼 전에 남자랑 잘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어린 여자들을 열외로 친다면

아직 '처녀 딱지'를 떼지 않은 여자들의 경우 네 가지 유형이 있더라.

 

첫 번째 내가 봐도 성적 매력이나 여성스러움이 하나도 없어서

트럭째 갖다 줘도 자고 싶지 않은 매력결핍형 여자들.

 

두 번째 결혼 전에는 절대 남자와 성관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정말 보기 드문 순결지상주의자.

(주로 성(性)적인 것은 성(聖)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특정 종교인이 많다.)

 

세 번째 본인이 처녀인 것을 무기로 남자들을 갖고 노는 여자들. 이 여자들 정말 무섭다.

말갛고 순수한 표정으로 줄 듯 말 듯 남자들을 녹이는데,

이 엄청난 기술을 갖고 있는 여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네 번째 타이밍을 놓친 여자들. "어렸을 때, 남자친구들이 자자고 막 조를 땐 왠지 싫었어요.

해서는 안 되는 것 같고, 지키고 싶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은 기회가 없어요.

얼마 전에 몇 번 데이트한 남자랑 페팅까지 갔는데 아직 경험이 없다고 하니까 당장 그만 하더라구요.

그러고 나니 서먹해져서 연락도 뜸해졌고요."

 

처녀들의 거의 대부분이 네 번째 유형이다. 실제로 그녀들의 고민은 심각하다.

이제는 섹스에 대해 거부감도 없고, 살 부대끼는 즐거움이 슬슬 궁금하기도 하고,

특히나 오르가슴 이야기가 나올 때면 침이 꼴깍 넘어가기도 하는데

이건 도대체 어떻게 버려야 할지 모르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 그녀들은 순결하고 싶어서 순결한 게 아니라 달리 방법이 없어 순결한 거다.

 

나는 '처녀'를 잘 알아본다.

경험 있는 여자들은 탱탱하게 눈빛이 살아 있고 피부에 윤기가 흐른다거나 묘한 성적 매력을 준다.

그러나 속절없이 나이만 들어가는 처녀들은 이상하게 생기가 없고 여전히 철없는 소녀 같은 느낌이다.

그녀들이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별로 없다.

 

육체가 주는 그 짜릿한 기쁨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건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아무 남자한테 자달라고 졸라"라고 말할 수는 없는 법.

정말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아깝지 않게 '첫날밤'을 맞이하거나 고이 잘 간직하고 있다가

그녀가 처녀인 걸 고마워하는 착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든가.

어떤 형태로든 처녀인 게 스트레스가 아니기를, 그렇다고 자랑도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