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동시에 '오선생'을 느낄 수 있다면...
여자들은 남자에 비해서 오르가슴을 쉽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 그래서 여자들은 '오선생'을 쉽게 맞기 위한 몇 가지 자기만의 체위를 개발하게 된다. 나의 경우 (많은 여자들이 그렇듯) 여성상위 체위일 때 제일 자주 오선생을 만나는데 이때마다 느끼는 문제점이 있다.
실제로 위로 올라가서 하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될 뿐만 아니라 여자들은 남자만큼 허리 돌리기가 능숙치가 않다. 섹스 생활 초기에는 수시로 무릎이나 발등이 까지고 온몸이 땀으로 젖어서 오르가슴이고 뭐고 그만 쉬고 싶을 정도였다.
섹스 생활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어떤 각도에서 어떤 자극을 주면 오선생이 찾아오는지 자연스럽게 체득되었다. 문제는 그 각도가 남자와 동시에 오르가슴을 느끼기 참으로 어려운 '형태'라는 것. 여자들은 반복적인 피스톤 운동으로 오르가슴을 느끼기보다는 지스팟의 적절한 자극에서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남자 몸에 올라타는 순간, 오늘은 내가 '느낄' 것인가 이 남자를 '느끼게' 해줄 것인가 일종의 선택을 해야 한다.
오선생에 굶주려 있을 때는 별다른 고민 없이 전자를 선택하는데, 근래 들어 이게 참 민망하고 뻘쭘한 짓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아, 온다, 온다, 온~다, 온~~다, 왔다!! 반짝~ 하는 황홀한 순간이 끝나 약간 정신을 차릴 듯하면 별다른 할 일이 없어 머쓱해진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아뿔싸, 혼자 너무 달렸구나. 그제야 다시 섹스에 임하기 시작하는데 분위기는 처음 같지 않고 이미 오선생을 만난 나로서는 전투 의지(?)를 상실하고 그가 빨리 사정하기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니 남자들이 왜 그렇게 여자들의 오르가슴에 집착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여자의 오르가슴은 자주 안 오는 만큼 한 번 올 때 무한한 환희와 쾌락을 주긴 하지만 나 혼자만 느끼고 나면 마치 내가 남자의 '물건'을 이용해 자위를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또한 달아오르다 급속도로 식어버린 남자의 공허한 표정을 보는 미안함이란.
어차피 섹스의 목적이 오르가슴이라면 영화에서처럼 남녀가 동시에 느끼면 얼마나 좋을까. 두 사람이 열심히 몸을 움직여대면서 공동의 목적을 향해 달려갔는데 어느 순간 한 사람만 목표에 도달한다면? 그는 얼마나 미안하며 또 다른 사람은 얼마나 허무한가. 이런 섹스는 어떤 형태로든 불편함과 민망함을 만들어낸다.
아, 신은 참으로 심술궂고 불공평하다. 이왕 인간에게 이 짜릿한 기쁨을 내려주신 김에 남녀가 매번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오르가슴을 통해 남녀가 진정 완전하게 하나될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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