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남자들이여, 신음을 참지 말아다오!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19. 19:40

남자들이여, 신음을 참지 말아다오!

남자의 신음 소리만 들으면 몸이 달아오른다던 친구가 있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 이 남자가 나에게 흥분하고 있는 느낌, 내 몸에 반응하는 느낌이 좋다고 해야 하나?"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말았던 친구의 성적 취향에 공감하게 된 건, 신음 소리를 잘 내지 않는 남자를 만나고 난 뒤였다. 확실히 남자들은 여자에 비해 신음을 덜 낸다. 애무해줄 때 짧게 끙~ 하고 만다거나 숨이 거칠어진다거나 사정할 때 한숨을 쉬거나 그 정도다.

그런데 섹스하는 중에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 남자도 있더라. 이거 참 답답한 노릇이다. 여자들도 섹스를 잘하고 싶다. 내 남자가 나와의 성생활에 만족했으면 좋겠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더 해주고 싶고,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고 싶다. 그런데 애무를 하거나 오랄섹스를 해주거나 여성 상위 체위를 취한다거나…. 여자가 먼저 움직이고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리액션이 없으면? 맥이 탁 풀린다. 심지어 이 남자 나랑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나? 혹은 내가 섹스를 잘 못 하나? 라는 자괴감마저 들 지경이다.

남자 지인들에게 "남자들은 왜 신음을 잘 안 내는 거야?"라고 따져 물었다. "남자가 신음 소리 내고 그러면 민망하고 쪽팔리잖아. 그래서 (신음을) 일부러 참을 때가 많아."

내가 민망하고 남우세스럽게 생각하는 남자란, 한참 몰입해 있는 와중에 "어때, 괜찮아? 이렇게 해주면 좋아, 저렇게 해주면 좋아…?"하며 쉴새없이 물어보고 떠벌여대는 남자다. 그런 남자와 잘 때면 "이봐! 좀 집중하고 제대로 느껴봐~!"하며 뒤통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다. 반면 여자의 몸짓이 어떻게 자신을 자극하는지 몸과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건 전혀 부끄럽거나 민망한 일이 아니다.

남자들이 섹스할 때 여자의 신음 소리에 흥분하고, 자신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여자와 섹스하고 싶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여자들도 미숙하나마 내 애무, 내 입술의 움직임, 내 손길에 반응하는 남자와 섹스하고 싶다.

섹스를 정말 좋게 표현하자면, '몸으로 나누는 사랑의 대화' 정도가 될 텐데…… 말이 정말 통하지 않는 여자들과 데이트해 본 적 있을 것이다. A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B를 이야기하는 여자라든가, 내가 말하는 와중에 내내 딴생각 하는 여자라든가, 도대체 뭘 좋아하는지 뭘 먹고 싶은지 알 수 없는 여자라든지. 이런 여자와 데이트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맥이 확 풀리고 아무리 예쁘고 섹시해도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지 않던가. 여자에게 신음 소리를 들려주지 않는 것은, 그녀와의 대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남자들이여, 제발 신음을 참지 말아다오. 몸에 느껴지는 매 자극들을 거부하지 말고 참지 말고 있는 그대로 즐겨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