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23) 꼭, 거기다가 해야 해?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19. 18:58

(23) 꼭, 거기다가 해야 해?

 

"나, 솔직히 해보고 싶은 거 있어."

팔베개를 하고 나란히 누웠을 때 그가 말했다. 아, 드디어 서로의 은밀한

 

성적 판타지를 채워줄 때가 된 건가?

"뭔데?"

"음… 애널 한번 해보고 싶어."

남자들이 왜 그 곳에 판타지가 있는지 나로서는 이해하려야 이해할 수 없다.

"너 혹시 예전에 해본 적 있어?"

"아니! 절대 없지~!"

사실 나는 그걸 경험할 뻔 했다. 나의 첫 남자였는데 이 남자 얼마나 매너가 없었는지 어느 날 밤 갑자기 예고도 없이 그곳으로 밀고 들어왔더랬다.

깜짝 놀라 비명을 꺅 질렀다. 처음에는 이 남자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남자, 궁여지책으로 로션까지 바르면서 끝까지 해보겠다는 거다. 안 그래도 섹스에 대해 미숙하고 겁 많던 나는 눈물까지 흘려가며 그 남자를 말릴 수밖에 없었고, 간신히 화(?)를 면했다.

나중이 돼서야 그게 소위 말하는 '애널'이며 그것 역시 섹스의 한 종류임을 알게 됐으나, 그럼에도 그날의 충격이 너무 생생해 결코 허락하지 않을 금기로 남겨두었더랬다.
아무에게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은 어느날 한 친구와 서로 경험담을 나누다 되살아났다. 뜻밖에, 그녀에게는 금기의 벽을 넘은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이유가 독특했다. 그 남자를 정말 사랑했다는 거다.

콘돔을 두 겹이나 끼우고, 젤까지 잔뜩 준비해놓고…. 만반의 준비를 다 마치고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거사'가 이루어졌는데 그 친구 왈, 이거 정말 여자한테 못할 짓이란다.

우선 엄청난 아픔이 동반된다. 거기다 움직일 때마다 입구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만약 과격하게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그 다음의 고통은 상상에 맡긴다며 슬쩍 웃었다.

한 열 번을 하면 여자들도 애널을 통해 쾌락을 느끼기도 한다고 하는데, 그 친구는 그렇게 까지는 권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또 그 찜찜한 쾌락의 부작용은 꽤 크다. 위생적인 문제도 있고, 심하면 병이 생겨 고생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나는 첫 남자가 그 시도를 했을 때 심적 고통이 컸다. 색다른 느낌 때문에 애널을 꿈꾼다고들 하지만, 나는 내 '여성'으로는 이 남자가 만족을 못 하는 걸까, 내 '여성'은 이제 수명을 다 한 걸까, 하는 생각에 한동안 자괴감에 빠졌던 것이다.

아, 그걸 이제는 해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까. 옛 생각에 내심 마음속이 심란한데, 그가 나를 꼭 껴안으며 속삭였다. "그런데 너랑은 안 할래. 네가 아픈 건 싫어."

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판타지를 채워주지 못한 건 안타깝지만, 그래도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