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21) 그녀들은 왜 바람둥이가 되었을까..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19. 18:55

(21) 그녀들은 왜 바람둥이가 되었을까..

여자친구 하나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나, 어제 딴 남자랑 잤어."

그녀는 1년 반 전부터 대학 선배와 결혼을 전제로 연애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도 잘 알고 있는 그녀의 애인은 욱하는 성질이 있긴 하지만 안정적인 직장에 대체로 착실하고 평범한 남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주일에 한두 번씩 만나서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한 달에 두어 번 모텔에 들르는 그들의 연애 생활 역시 큰 문제가 없었는데, 그녀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직장 동료와 바람이 난 것이다.

보통 남자의 바람기는 생물학적으로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여자들이 바람이 나면 무슨 큰일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죄인시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욕구 해소의 본능을 갖고 있고 호기심도 훨씬 많은 데다가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고 공식적으로 바람기를 인정받아온 남자에 비해 여자들이 바람피우는 횟수가 적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분명 여자들도 바람을 피운다. 남자들과는 약간 다른 욕망과 형태로.

친구의 경우 너무 평범하고 식상해진 연애 생활이 문제였다. 만나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남자친구와는 달리 바람남은 친구에게 달콤한 칭찬을 그렇게나 많이 했단다. 오늘 예뻐 보이는구나, 넌 이런 점이 정말 장점이야, 네가 얼마나 매력적인 여자인지 너는 모르지?

이런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그녀는 다시 '사랑받는다'는 기쁨에 빠졌고 그 기쁨이 성적으로 그녀를 엄청 자극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덧붙였다. "섹스로 치면 남자친구가 훨씬 잘 맞아. 그런데 내가 이 남자와 계속 안 만나리라 자신할 수 없어."

또 다른 친구는 동호회에서 만나 오랫동안 알아온 남자와 주기적으로 자고 있다. "물론 내 남자친구를 정말 사랑해. 남자친구만큼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는 평생 만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남자친구는 나와 취미도 다르고 공통분모가 많지 않잖아. 바람남과 같이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 음악, 책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눌 수 있단 말이야."

남편의 외도를 진작부터 눈치채고 맞바람 피우고 있는 유부녀 선배도 있다. 가정을 깨고 싶진 않지만 배신감을 견딜 수 없었던 그녀는 남편을 속이고 몸으로 농락하는 것을 복수의 방법으로 선택했다. 그녀의 남편은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자기를 배웅하고 매일같이 맛있는 저녁을 차리는 그녀의 이중생활을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아내, 내 애인을 의심하라고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다만 항상 남자들이 잊지 않길 바란다. 당신이 욕구불만과 성적 호기심에 다른 여자를 곁눈질하는 그 순간 내 여자는 감정적으로 외로워지고, 그녀 역시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