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용서할 수 없는 남자의 과거
남자들이 '순결한' 여자를 선호하는 데 반해 여자들은 경험 있는 남자를 더 좋아한다. "여자를 많이 만나본 남자들이 여자 마음도 잘 알잖아. 데이트 코스를 짤 때나 선물 살 때나 연애의 모든 상황들에서 훨씬 능숙하지." "첫 섹스 때 둘 다 첫 경험이었어. 둘 다 아무것도 모르니 밤새 쩔쩔매는데……. 지금 생각해도 진땀나고 무안하다." "난 찐한 연애 해본 남자가 좋더라. 그렇게 사랑하고 헤어져본 경험 있는 남자들이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여자한테 정말 잘 해."
나 역시 그녀들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대한민국 여자들은 왜 그렇게 남자한테 의존하고 주체적이지 못하냐, 라고 따지더라도 할 말은 없다. 그냥 여자들은 연애에서나 결혼에서나 자신보다 능수능란한 남자에게 더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미숙한 남자, 내 앞에서 안절부절 쩔쩔 매는 남자가 귀엽고 신선한 건 잠시 잠깐, 어차피 오래 못 간다.
여자 하나 못 만날 만큼 무능력하지 않은 남자, 어떤 때 여자가 행복해하는지 또 슬퍼하는지 경험으로 체화된 남자, 여자의 몸을 어느 정도 아는 남자. 이런 남자들이 확실히 매력적이다.
그래서 남자의 과거를 어느 정도는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친구들 따라서 우르르 가곤 했다는 사창가. 술 좀 마시고 분위기에 취하면 그럴 수도 있지. 오히려 그런 데서 빼다가는 왕따당할 텐데 뭐. 나이트 가서 원나잇을 했었다고?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어차피 이야기 잘 통하고 필 맞으면 하룻밤 '쌩유'인 남녀들의 만남이니 뒤끝 더러울 일은 없겠다. 안마방, 단란주점, 텐프로, 대딸방, 방석집……. 평생 궁금해하면서 사느니 미리 한번쯤 경험해보는 게 낫겠다.
그러나 나 역시 남자에게 용서할 수 없는 과거는 있더라.
우연히 그 남자가 한때 정말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음을 알았다. 연애하다가 헤어진 관계가 아니라 정말 사랑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은 관계. 너무 사랑해서 너무 예쁘고 소중해서 차마 갖지도 못한 여자, 아쉬움과 미련으로 그의 머릿속에서 영원히 '사랑'으로 기억되는 여자.
그녀의 존재를 알고 난 뒤부터 나는 본의 아니게 삼각관계의 한 중앙에 서 있는 기분이 됐다. 남자들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잊지 못한다. 그녀의 추한 모습, 단점들, 참혹하고 처참한 사랑의 최후를 경험하지 못한 남자들은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만을 영원히 간직한다. 그리하여 나와의 사랑에서 만족을 못하거나 덜 매력적으로 느껴지거나 관계가 식상해지면 여지없이 '그녀'를 떠올린다. 담배 한 대 물고 아주 그립고 아련해하는 눈빛으로.
결국 나는 얼굴도 모르는 그녀와 끊임없이 싸우다가 내가 먼저 그를 버렸다. 나는 끝까지 그의 '과거'를 용서하지 못했다. 그러니 남자들이여, 제발 마음속 그녀일랑은 들키지 말아다오. 영원히 어딘가에 봉인시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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