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29) 너무 일찍 끝나서 괴로운 남자들이여!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19. 19:56

(29) 너무 일찍 끝나서 괴로운 남자들이여!

 

"만약에 말야, 내가 조루였다면 네가 나를 만났을까?" 나란히 누워 있던 그 남자가 물었다.

 그 순간…… "그런 게 뭐가 중요해? 내가 좋아하는 건 당신 자체야. 당신과의 섹스가 아니야"라는 아주 착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멈칫 했다.

 정말 이 남자가 조루라면, 나는 섹스하고 싶어서 죽을 것 같은데 끝까지 가려면 멀었는데 갑자기 이 남자가 확 풀이 죽어버린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그 다음날부터 남자의 연락을 피할 것 같다. 물론 육체적인 쾌락보다는 감정적인 교류가 더 중요하다. 그렇다 치더라도 나는 평생 욕구불만으로 살고 싶지 않다.

 총각 딱지 떼지 않은 어린 남자와 연애한 적이 있었다. 길 가다 스치는 여자의 손길에도 후끈 달아오르는 나이인지라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섹스를 요구해왔다. 무작정 들이미는 키스나 거칠게 파고드는 손길이 미숙하나마 귀여운 맛은 있었다. 거친 신음 소리에 진땀 흘리며 어렵사리 그가 내 안에 들어온 다음 순간, 갑자기 밀려오는 어색한 침묵. 아~ 방금 우리의 섹스가 끝난 거구나.

 첫 경험 때는 다 그렇다, 너와 하나된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그 나머지 밤 내내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한에서 그를 위로하기 위해 나는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참 어렵고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번 섹스. 그는 참으로 비장했고, 좀더 섬세하고 열정적이었다. 아, 이 정도면 괜찮아, 이번에는 잘 될 것 같아, 하는 다음 순간! 또다시 밀려드는 어색한 침묵.

 결국 나는 세 번째 섹스를 시도하는 대신 그와의 어설픈 만남을 끝냈다. 내가 섹스 없이 못 사는 '밝히는' 여자라서가 아니라, 매번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위로해주는 게 너무나 힘겨웠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경우 긴장하면 이럴 수 있다더라, 신경이 예민해서 그런 건데 현대의학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아무 문제 안 되니까 신경 쓰지 말아라…… 아무리 말해도 그의 표정은 침통했고 급속도로 신경질적여졌다. 남자로서 모든 의지를 꺾여버린 그는 더 이상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남자가 아니었다.

 남자들이 성기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건 따라서 당연할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남자들이 조루이거나 조루기가 있다고 이야기 들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놀랍게 발달한 현대의학이 있지 않은가. 조루임에도 변치 않고 남자를 사랑할 천사 같은 여자는 솔직히 없다. 여자들은 잠자리에서든 어디서든 자신만만하고 남자다운 남자를 원한다.

 그러므로 너무 일찍 끝나서 괴로운 남자들이여, 혼자 고민하거나 의기소침하지 말라. 감기에 걸리면 주사 한 방 맞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게 나은 것처럼, 내 여자 앞에서 남자이기를 포기당하는 것보다는 부끄럽더라도 과감히 병원 문을 두드리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