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헤픈 섹스파트너, 남의 시선 뭔 상관
남자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중 하나인 '섹스 파트너'. 그중에서도 최고의 파트너는 밥 사주고 술 사주고 얘기 들어주고...... 일명 물밑 작업 없이 모텔 방 하나 잡고 만나자마자 섹스할 수 있는 관계라고 한다.
딱 이런 섹스 파트너가 있었다고 고백한 남자가 있었다. 처음에는 예쁘장한 얼굴에 한번 꼬셔볼까 하고 만났는데 처음 만난 날 같이 자게 됐고, 자고 난 뒤에는 애인 삼기에는 헤픈 애구나 싶어 필요할 때마다 만나 섹스만 했다고 한다. 서로 애인이 없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 많게는 이틀에 한 번꼴로 만나서 모텔로 직행하거나 급할 때는 차에서 해결하고 나서 헤어졌단다. 그들의 관계는 여자가 유학가기 전까지 4, 5년간 지속됐다는데.......
그가 뜨겁게 사랑했던 애인 이야기도 무심히 들었던 나는 정작 감정 없이 섹스만 나누었던 그녀의 존재에 미친 듯한 질투에 사로잡혔다. 그녀가 어떤 여자인지 너무나 궁금했고, 아무렇지 않게 그녀 이야기를 늘어놓는 그 남자에게 살의를 느낄 정도였다. 처음에는 감정 없이 여자와 잘 수 있는 남자, 아무 여자와 섹스를 위해서 만날 수 있는 남자에 대한 환멸, 앞으로도 그녀가 다시 나타난다면 나 몰래 만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억울함 같다.
나 역시 감정 없이 섹스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술 마시며 재미없는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눈치 보면서 탐색전 벌일 필요도, 술김을 빌려 흐트러질 필요도 없이 멀쩡하고 건강한 정신으로 육체에만 탐닉할 수 있는 섹스 말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참은 건 나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섹스하고 싶다, 고 말하는 순간 밝히는 여자로 전락하는 것이나 하룻밤 즐기는 쉬운 여자로 취급당한다거나 '간밤에 이러이러한 여자랑 잤다' 하고 자기들끼리 킬킬거릴 만한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참 우스운 일이다. 나는 단지 동물적이고 생리학적 욕구를 해소하고 싶었을 뿐. 내가 그들을 사랑했던 것도 아니요, 내게도 그들은 가벼운 잠자리 상대였을 뿐인데, 도대체 그들의 시선이나 생각 같은 게 뭐가 그리 중요했을까.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자신이 땡길 때 언제든 남자를 불러낼 수 있는 여자, 감정 얽히지 않고 쿨하게 즐길 줄 아는 여자, 내가 만나는 이 남자에게서 딱 섹스만 취하고 배부를 만큼 불러서 떠나간 그녀가 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정말 자존심 상하는 건 남자들이 내게 갖는 편견 같은 게 아니었다. 다른 여자가 먹다 버린 맛없는 사탕을 빨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자존심 상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파트너 하나 갖기를 간절히 로망하는 남자들에게 목매고 있을 바에야 정말 섹스하고 싶을 때 섹스하는 게 남는 장사 아닐까. 아무런 논리도 없는 헤픈 여자 운운에 내 소중한 욕망을 참느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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