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Sex를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아닐진대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19. 20:01

Sex를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아닐진대

 

종종 남성 독자들의 하소연 섞인 이메일을 받는다.

"왜 제 여자친구는 지현 씨처럼 섹스에 적극적이지 않죠?" "다섯 번 조르면 한 번 할까 말까예요. 졸라서 하는 것도 이제 지겨워요."

아. 내 글을 읽고 여자들은 모두 섹스를 좋아하고 적극적이고 욕망을 항상 품고 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무척 곤란하다. 나는 대놓고 '섹스를 좋아하는 여자'를 표방하지만 주위에 섹스를 싫어하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자들도 꽤 많이 봤다. 섹스를 좋아하는 여자가 30이라면 좋아하지 않는 여자는 70이라고 할까. 그런데 그중에서도 40은 '싫어하는 척' 내숭을 떠는 거라 하니까, 정말 섹스에 거부감이 있는 여자는 30 정도인 것이다.

결혼하고 애라도 낳고 나면 성욕 자체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육아의 즐거움이 오르가슴의 기쁨보다 훨씬 크다는 여자도 있고, 직장일 집안일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귀찮게 섹스는 무슨 섹스냐는 여자도 있다. 물론 섹스 자체에 본질적인 거부감이 있는 여자들도 있다. 그녀들은 말한다. "난 섹스 좋은 거 모르겠어. 그냥 손 잡고 키스하고 껴안고 이런 게 훨씬 좋더라."

그 중 대표적인 여자가 아직 오르가슴을 느껴보지 못한 여자. 아무것도 모르고 아프기만 한 첫 섹스 즈음. 남자가 좋아하니까 이끌려서 하고 좋아하는 척해주고, 그럼 남자들은 여자가 좋아하는 줄 알고 또 하고……. 이런 식의 섹스에 익숙해져버린 여자들이 섹스의 즐거움을 알기란 정말 쉽지 않다. 이런 경우 정말 테크닉 좋은 남자, 여자를 제대로 만족시켜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면 무섭게 늦바람 날 수도 있다.

오르가슴을 느끼긴 하지만 여전히 섹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자들도 있다. 체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섹스 한 번 하고 나면 탈진해버린다는 여자, 임신할까봐 너무 겁이 나서 싫다는 여자, 모텔 들어가기 싫어서 섹스가 싫다는 여자, 질 안쪽이 너무 건조해서 아픔 때문에 싫다는 여자 등등.

심지어 '섹스는 더럽고 부도덕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여자들도 있다. 남녀가 발정난 동물처럼 헉헉대는 것이나 페니스의 괴상망측한(?) 생김새, 쾌락을 느낀다거나 남자의 몸을 욕망하는 것 자체가 불결하고 정숙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뼛속까지 밴 편견 때문에 오르가슴을 못 느끼는 건 정말 슬픈 일이지만 그건 그녀들 나름대로의 사정. 내 여자가 섹스를 거부한다면 이 중에 어디에 속하는지 먼저 알아야 할 것 같다. 여자가 먼저 남자에게 원하는 걸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남자는 여자들을 존중하며 섹스를 해라, 식의 교과서 같은 결론을 못 맺겠다.

나처럼 섹스를 좋아하는 여자에게 섹스를 끊으라고 하면 괴로울 것처럼 섹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여자에게 억지로 섹스를 즐기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다만 '여자들이 모두 섹스를 좋아한다'는 편견을 그녀들에게 강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