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33) 섹스 잘한다고 착각하는 남자들이여..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19. 20:02

(33) 섹스 잘한다고 착각하는 남자들이여..

 

지난주 칼럼을 쓰면서 남자 지인들에게 "잤던 여자 중에서 섹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자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았었다. 그들 중 대다수가 "열 명 중 세 명 정도는 섹스를 피하고 거부감도 느꼈던 거 같아"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 뒤 그들이 덧붙인 이야기는 모두 공통적이었다. "그런데 처음에만 그렇지, 몇 번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섹스를 좋아하는) 다른 여자들보다 더하더라. 시시때때로 하자고 하거나 새롭고 낯선 걸 자꾸 시도한다거나."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중 특히 잘난 체하던 남자의 여자친구는 얼마 전 내게 "어쩜 그렇게 속궁합이 안 맞는지 모르겠어. 열심히 하긴 하는데, 영~"하며 상담을 했던 그녀였던 것이다.

실제로 남자들은 자신들이 섹스를 아주 잘하며 여자들을 매우 만족시킨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나의 첫 섹스 상대는 속궁합으로 치면 워스트 중 워스트였다. 1년 동안 일주일에 한두 번씩 섹스를 하면서 오르가슴을 느낀 게 단 한 번뿐이었다. 그런데 나 역시 그와 만나면서 '시시때때로 하자고 조르고' '새롭고 낯설 걸 자꾸 시도'했다. 그가 섹스를 잘해서가 아니라 정말 간절하게 오르가슴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보면 될까, 저렇게 해보면 될까, 이 느낌이 오르가슴일까, 이것보다 더 좋은 뭔가가 정말 있겠지?

그와의 섹스는 뭔가 올 듯 말 듯 하다가 갑자기 끝이 났고, 섹스가 끝나고 나면 맥이 확 풀리며 깊은 공허감에 빠졌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땀을 뚝뚝 흘리며 "좋았어?"라고 묻는 그에게 그걸 표현할 수 없었고, 몇 번 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 어떤 리액션을 취해줘야 하는지도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속도가 빠를 때는 거친 신음을, 속도가 느릴 때는 얕으면서 가는 신음을, 가끔은 허리 휘어주기까지.

물론 섹스라는 게 오르가슴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며,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교감인 것도 사실이다. 살 부대끼는 즐거움, 애무해줄 때 느끼는 부드러운 쾌감이나 나 덕분에 만족스러워하는 남자를 볼 때 느끼는 왠지 모를 흐뭇함 같은 것들이 섹스의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자들의 예의 바르고 배려 깊은 리액션들을 모두 '자신의 뛰어난 섹스 능력'으로 받아들이는 남자들의 단순함에 대해서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결국 나의 첫 섹스 상대와의 연애는 그의 여러 명에 걸친 문어발식 섹스생활이 들키면서 끝이 났다. 바람둥이의 말로야 항상 그렇겠지만 그의 경우는 좀 망신스러웠다. 같은 과 내에 "아무개, 진짜 섹스 못한다면서? 같이 잤던 여자들마다 코웃음을 치더라" 소문이 파다해진 것이다.

여자들의 연기력은 무척 뛰어나다. 그걸 일일이 알아차려달라는 부탁은 차마 못하겠다. 다만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섹스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에게, 제발…… 자제를 부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