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61) 섹스하려고 다이어트한다고?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20. 21:33

(61) 섹스하려고 다이어트한다고?

 

"아무래도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 같아. 섹스 때문에 다이어트 결심할지는 몰랐네." 친구가 하소연했다. 최근 애인이 생겨서 왕성한 성생활을 즐기고 있는 그녀였다. 딱히 뚱뚱하진 않은 그녀가 무슨 다이어트를?

물론 남자와의 첫 밤, 야릇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내가 오늘 팬티와 브래지어를 짝 맞춰 입었나"와 "요새 내가 뱃살이 장난 아니게 쪘는데, 어떻게 하면 이 살들을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 정도이니 그 동안 꼭꼭 감추어왔던 속살 보이는 게 긴장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녀의 다이어트 이유는 조금 달랐다. "내가 하체비만이잖아. 확실히 섹스할 때 감도가 떨어지는 거 같아. 자유롭게 다리 움직이기가 쉽지 않더라고. 다리 들고 하기도 힘들고, 깊이 안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야."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좀 다른 이야기지만 옛 애인 중 한 명은 살이 찐 다음에 물건의 사이즈도 작아졌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주요한 부위 근처의 살들이 오르면 실제로 물건이 약간 파묻힐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실제로 남자만 섹스할 때 힘이 드는 게 아니다. 기본 체위 외에 남자들이 꿈꾸는 다양한 체위를 매번 시현하기란 쉽지가 않다. 특히 영화 속 격렬한 섹스 장면에서 종종 등장하는, 남자가 여자를 거의 들다시피 한 상태에서 하는 섹스 같은 경우, 나는 거의 성공해본 적이 없다. 간혹 '성공했다!' 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남자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땀을 뻘뻘 흘리는 걸 보면 도무지 섹스에 집중할 수가 없어 지레 내가 먼저 체위를 바꾸곤 했다. 그러고 보면 다리가 무겁고 내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가 받는 스트레스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섹스하기 위해서 다이어트한다...... 나쁘지 않은 생각 같다. 나의 첫 남자는 100kg에 육박하는 거구였는데, 사실 그의 벗은 몸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물론 폭신폭신한 뱃살을 만지작거리는 즐거움은 있었지만, 그 남자와 사귀는 동안 매끈하고 잘 빠진 다른 남자들을 볼 때마다 '군살 없이 잘고 탄탄한 근육이 내 몸에 닿으면 어떤 느낌일까' 저절로 상상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 또한 굿섹스를 위해 내가 좀 더 유연하고 가벼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가 내 몸을 만졌을 때 '아, 이 여자가 생각보다 살집이 좀 있구나, 허리가 없고 뱃살이 울퉁불퉁하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가 내 몸을 볼 때마다 '섹시하다'고 느낄 만큼 예쁜 몸매를 갖고 싶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퉁퉁하거나 절벽이라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까 몸에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섹스 칼럼에서 주구장창 떠들어대지만, 사실 그건 거짓말이다. 처음에는 그럴지 모르지만, 몸이 잘 안 따라주는 섹스, 섹시하지 않은 섹스는 언젠가 싫증난다. 게다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다들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