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64) 처녀들 진짜 문제점 그들은 알까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21. 18:09

(64) 처녀들 진짜 문제점 그들은 알까?

 

얼마 전 온라인으로만 소식을 주고받던 여고 동창과 재회했다. 블로그를 통해 서로 달라진 얼굴을 확인하고 어떻게 살고 있구나 정도만 아는 사이. "언제 얼굴 한번 봐야지" 서로 안부글만 남기다가 정말 10여 년 만에 얼굴을 보게 된 건 봄날씨 탓일지도 모르겠다. 살랑살랑 봄바람에 낯선 사람이 주는 설렘이 왠지 그리워지는 요즘이었다.

짧은 단발머리에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던 그녀는 어디 갔는지 사진에서보다 훨씬 예뻤다. 게다가 모든 남자들이 선망하는 '교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

우리의 술자리는 무척 즐거웠다. 여고 시절의 추억에 대해 잠시잠깐 이야기하다가 사는 이야기,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둘 다 약간씩 취했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연애 이야기가 이어졌다. "사실 나 요새 조금 관심이 가는 남자애가 있어. 모임에서 만난 연하의 남자인데, 아까 네이트온으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더라고. 지난번 모임에서는 또 나한테 이러저러하게 행동했어. 왠지 예감이 좋아."

얼굴 가득 홍조를 띠고 그 남자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 너 아직 버진이니?" "어머, 어떡해. 티나니?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냐고? 그 남자의 행동은 네가 설렐 만큼 대단한 호감 표시가 아니기 때문이지! 마치 스무 살 때처럼 남자들의 일상적인 작업 멘트나 실속 없는 어장관리에 홀딱 넘어가서 혼자 러브 모드인 게 눈에 보인다고!

사실 그녀는 좋은 직업에 꽤 괜찮은 외모를 갖고 있음에도 대화하면 할수록 별로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여자들에게 섹스란 일종의 연애의 완성일지 모른다. 몸과 마음이 모두 쿨한 소수의 여성을 제외하고 대한민국의 여자들은 남자의 사랑을 재고 재다가 '이제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 '자도 후회하지 않겠다' 싶은 순간에 섹스를 허락(?)한다.

사랑과 결부된 섹스의 기억은 어떻게든 여자를 성숙시킨다. 살과 살이 부대끼는 솔직한 순간, 몸으로 사랑받는다는 느낌, 하룻밤이 모자랄 만큼의 욕망과 열정, 자고 난 뒤 남자의 변화, 이 남자와 자지 말걸 하는 후회 등등은 무의식중에 남자를 보는 새로운 잣대가 되거나 시행착오를 줄이는 무기가 되거나 여자로서의 스스로를 알아가는 힘이 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몸까지 얽힌 사랑이 진짜 사랑이다.

그런 찐한 육체적 사랑을 경험해보지 않은 여자들은 참으로 소녀 같다. 남녀 관계에서 미숙할 수밖에 없다. 그런 소녀스러움이 남자들에게 일종의 정복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녀가 조금 안쓰러워졌다.

내가 처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내 애인들은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았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이 나를 사랑해주었던 이유, 그 매력의 힘은, 어쩌면 내 경험의 힘이 아니었을까. 섹스의 경험, 몸과 마음이 얽힌 찐한 사랑을 해본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여유나 연륜 같은 것들? 그래서 나는 처녀가 아닌 내가 조금 더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