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84) '화해 후 섹스'의 효과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21. 18:41

(84) '화해 후 섹스'의 효과

이상하다, 분명히 우리는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서로에게 좀더 신경을 쓰자고 약속을 하고 꼭 껴안고 헤어졌음에도 묘하게 섭섭하고 허전하다. 왠지 제대로 화해하지 않은 듯한 느낌, 여전히 그가 나에게 화가 나 있고 나 역시 완전히 감정이 풀리지 않은 기분. 도대체 이런 기분은 왜 드는 걸까.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더니, 아! 그가 그냥 '가버렸기' 때문이다. 격렬했던 화가 가라앉고 오해가 풀리고 다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 순간, 그럴 때만큼 섹스가 필요할 때가 없다. '너와 싸우긴 했지만 헤어질 수 없을 만큼 너를 사랑해' 하는 속내는 열정적으로 입술을 열고 더 깊게 파고드는 와중에 몸이 달라올라 허겁지겁 옷을 벗고 서로의 몸 구석구석을 만지고 느끼고 드디어 경지에 오르는 순간, 제대로 서로에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화났던 만큼 야속하고 섭섭했던 만큼 섹스는 더 찐하고 격렬해지고, 여자든 남자든 격렬한 섹스 뒤에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서로에 대한 애정은 두 배쯤 확대된다. 남자의 품에 안겨 "그 일은 정말 미안했어, 내가 왜 그랬는지 몰라" 하면 그는 "그래, 우리 싸우지 말자,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하며 살자". 이 순간 나누는 대화야말로 아까 카페에 마주 앉아 함께 나눈 이야기들보다 훨씬 더 서로에게 설득력이 있으며 서로에 대한 애정은 더더욱 돈독해지는 것이다!

내가 '화해 후 섹스'의 맛을 알게 된 것은 대학 때였다. 여관에 가야만 할 수 있는 대학 시절, 가난한 호주머니 사정상 일주일에 한 번 하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사귄 지 6개월이 지나자 서서히 남자친구의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한 달에 한두 번 할까 말까가 되었다. "이럴 거면 헤어져!" 어느 날 참다 못한 내가 드디어 이별을 선포했고, "이대로 헤어질 순 없어" 하며 남자친구는 울며불며 매달렸다. 몇 시간에 걸친 매달림 끝에 "이번 한 번만 넘어가겠어" 하고 너그러이 그를 받아준 날, 그는 "오늘은 꼭 같이 있자"고 졸랐고, 그날은 마치 처음 같이 잔 연인처럼 격렬하고도 다정했다.

물론 부작용은 있다. 그 격렬한 섹스의 맛을 알게 된 나로서, 그 뒤 섹스가 '당길' 때마다 그에게 싸움을 걸고 이별을 운운하게 된 것이다. 결국 나는 '화 잘 내는 여자'로 각인된 채 그 남자와 이별하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여하튼 화해 후의 섹스는 무척 중요하다. 부부싸움 후에 절대 다른 침대 쓰지 말라는 말이 왜 나왔으랴. 여전히 그 혹은 그녀에게 화가 채 풀리지 않는다, 오늘은 정말 피곤해서 집에서 편히 쉬고 싶다, 중요한 약속이 있다, 그럼에도 싸우고 난 뒤엔 꼭 섹스하자. 서로의 감정만큼 서로의 몸도 여전한지, 서로를 여전히 믿고 사랑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평소보다 훨씬 격렬하고 화끈한 섹스를 즐길 수 있는 건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