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85) 오럴섹스, 여자도 색다른 흥분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21. 18:42

(85) 오럴섹스, 여자도 색다른 흥분

옛날 남자친구와 나는 속궁합이 무척 잘 맞는 편이었다. 남성적이고 마초적인 스타일의 그가 살짝 내 몸을 스쳐도 나는 잔뜩 흥분하곤 했다. 어지간하면 그가 "너처럼 빨리 달아오르는 여자는 처음이야"라고 말했으랴. 딱히 하드웨어가 좋거나 테크닉이 뛰어난 편도 아닌데 그와 관계할 때면 정말 자주 오르가슴을 느끼곤 했다. 그런 그에게 한 가지 불만이 있었는데, 그는 절대 입으로 해주지 않았다. 감질나게 알짱알짱거리다가 바로 들어오는 식이었다. 매번 나는 왠지 손해보는 느낌과 아쉬움을 간직한 채 그와의 잠자리를 마쳐야 했다. 많은 남자들이 오럴섹스를 좋아하는 것처럼 여자들도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그 작은 움직임만으로 온몸의 세포가 다 반응하는 듯한 경험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짜릿하다. 그러나 웬만한 여자들이 남자와의 섹스에서 패키지처럼 해주는 것만큼 모든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해주진 않는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구조적이고 위생적이고 미학적(?)인 문제의 복합일 것이다. 남자들로서는 선뜻 맘이 내키지 않을 수도 있고, 동작 자체가 멋쩍을 수도 있고, '가오 떨어진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또 상대를 배려하기보다는 자신의 만족에 치중하는 이기적인 남자일수록 아예 고려의 대상에서 빼놓는다.

여자들이 먼저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무척 민망한 일이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어머 어떻게 그걸? 난 못해"라는 반응을 보이며 손사래를 치는 이들이 많이 있다.

남자들이 '자신의 것'을 과시하고 자랑하고 스스로의 상징처럼 느낀다면, 여자들은 '자신의 것'에 대해 자신이 없거나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영화 '섹스앤더시티'에서 샬롯이 거울 속으로 자신의 것을 들여다보고 기절초풍하는 게 남 일이 아니다. 이런 곳을 어떻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 아마 이런 생각일 것이다. 여자의 그곳을 소재로 한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만큼 그곳은 오랫동안 사회적인 금기의 영역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때 사랑했던 남자가 나를 부드럽게 애무한 뒤, "너에게 풀잎 냄새가 나"라고 말한 적이 있다. 꽤 오래 전 일이지만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남자의 그 말을 듣고서 비로소 나는 '내'가 사랑스러워졌다. 내가 부끄러워하고 민망해하는 것을 그토록 예뻐하고 부드럽고 달콤하게 대해주는 그 남자를,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온몸을 소중하게 대하고 있는 그의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기술만 잘 익힌다면 남자에게도 또 다른 기쁨을 준다. 남자가 자기 덕분에 흥분하고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자를 보고 사정의 기쁨 못지 않은 성취감을 느낀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여자 역시 또 다른 흥분과 절정을 느낀다. 그 색다른 움직임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 남자들은 편견을 한꺼번에 날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남자들이여, 좀더 용기를 내기 바란다.


김지현은? 기업PR, 프로모션, 공연, 출판 등의 콘텐츠를 기획하며 9년째 직장생활 중인 30대 초반의 기획자. 섹스는 테라피요, 수면제요, 반짝 하는 황홀한 순간이요, 자취생의 고기반찬이라고 믿지만 가끔 욕구불만에 시달리며 평범한(?) 성생활을 영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