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82) 남자의 속궁합, 여자의 속궁합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21. 18:36

(82) 남자의 속궁합, 여자의 속궁합

"우린 속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

격렬한 섹스 직후 그가 말했다. 속궁합이 잘 맞다.... 사실 나는 그를 꽤 좋아하기 때문에, 그 말은 무척이나 달콤하면서 섹시하게 들렸다. 그러나 또 문득 궁금해진다. 우리는 잔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도대체 어떤 점이 속궁합이 잘 맞는다는 거지? 아무 여자한테나 그런 말을 흘리고 다니는 건 아닐까? 도대체 남자에게 속궁합이 잘 맞는다는 건 뭘까?

여자들에게 속궁합이 잘 맞는 남자란, 대외적으로는 "나를 많이 사랑해주고 섹스 자체보다 애무를 잘하고 잘 때 꼭 안아주는 것"이지만 까놓고 말하자면 남자가 몸 안에 들어오는 순간 숨이 헉 막힐 만큼 충만하다거나 여자의 지스팟을 쉽게 자극시킬 수 있을 만큼의 사이즈와 굵기를 가진 남자인 것 같다. 그러니까 나로 하여금 쉽게 오르가슴을 느끼게 할 만큼의 생물학적 조건을 타고난 남자, 나는 이런 남자를 속궁합이 잘 맞는 남자라고 부른다.

사실 타고난 '명기'가 아닌 이상 여자의 것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는데, 그 비슷한 '여자'들 중에서 속궁합이 잘 맞는 여자란 도대체 어떤 여자란 말인가.

"섹스를 할 때 내가 원하는 대로 잘 움직이고 왠지 자연스러우면서 여자도 그것을 바라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여자가 있어." 100명의 여자와 자봤다는 남자와 12명의 여자와 자봤다는 선배와 4명의 여자와 자봤다는 후배가 말했다. 그러므로 왠지 이 말이 정답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남자의 리드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수동적인 여자는 또 아니란다. 기선을 제압할 만큼 너무 적극적인 여자도 무섭단다. 애무 실력이나 허리 돌림이 유연한 것만을 바라는 것도 아니란다. 으악. 그럼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내가 하고 싶을 때 그녀도 더도 덜도 말고 똑같이 하고 싶어하는 것." 딱 한 명의 여자와 몇 년째 자고 있는 또 다른 후배가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래 전 사석에서 만난 비뇨기과 의사가 스쳐지나가듯 한 말이 생각난다. "속궁합이라는 게 별거 없어요, 어떤 커플은 한 달에 한 번을 해도 섹스에 너무 만족하고, 또 어떤 커플은 일주일에 다섯 번을 해도 서로에게 불만족스러워 해요. 남자가 하고 싶을 때 여자도 함께 하고 싶어하고, 남자가 피곤할 때는 여자도 별로 땡기지 않는 것. 이런 게 최고의 속궁합이죠"라고 그가 말했던 것 같다.

그렇구나, 속궁합이라는 게 아주 정신적이지도 않고, 또 그렇다고 마구 육체적이지도 않은, 정말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것이구나. 그런데 이 시점에서 나는 문득 걱정이 된다. 일주일에 한두 번 나와 섹스하는 그 남자는 나와 속궁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반면 매일매일 그 남자와 하고 싶은 나는? 그렇다면 우리는 속궁합이 잘 맞지 않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