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80) 콘돔 해방?...여자도 즐기고 싶다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21. 18:33

(80) 콘돔 해방?...여자도 즐기고 싶다.

후배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원래 예쁘장하게 생긴 후배인 만큼 도드라지게 예쁜 신부였다. 불룩 나온 배만 빼면. 사실 그녀는 올 초만 해도 딱히 만나는 사람도 없고, 결혼 생각도 없었다. 가볍게 잠자리만 하는 회사 동료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가 몇 개월 만에 결혼을 하게 된 건, 덜컥 그의 아이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남자야 원래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었으니 '하나님 쌩유~' 하며 프러포즈했고, '결혼은 싫어도 아이는 갖고 싶어' 했던 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는.... "그런데 왜 콘돔을 안 쓴 거야!"라고 우리는 모두 한목소리로 외쳤다. "생리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 남자가 콘돔 쓰는 걸 워낙 싫어해서"라고 그녀가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실 나도 콘돔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첫 남자한테 잘못 길들여진 탓이다. 그는 대놓고 "난 콘돔 쓰는 거 싫어"라고 말하는 남자였고, 사귀는 남자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철없고 어린 여자였던 나는 불안한 마음에도 단 한 번도 콘돔을 써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임신이 무서워 그 남자 몰래 경구피임약을 근 1년간 복용했었다.

첫 관계가 그러고 나니 그 뒤에 만나는 남자들과의 관계에서 콘돔을 쓴다는 게 그렇게나 낯설 수가 없었다. 분위기에 취해서 서로 열정적으로 키스하던 와중에 남자가 "잠깐!" 하면서 가방에서 주섬주섬 콘돔을 꺼내오면 '뭐야, 이 남자 나랑 하고 싶어서 오늘 만나자고 한 거였어? 콘돔까지 준비하고?' 싶어서 의심이 갔고, 열정적이고 뜨겁게 섹스의 도입부를 향해 달려가다가 남자가 콘돔을 준비하는 그 잠깐 동안 정신이 바짝 들면서 섹스하기 싫어진 적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 콘돔을 착용하려고 부스럭거리다가 남자의 것이 풀이 죽어버리면 그때처럼 민망한 적도 없다.

그리고 남자도 그렇듯이 여자도 마찬가지로 콘돔을 착용하면 '감'이 떨어진다. 쿠퍼액도 함께 차단이 되니 시간이 길어지는 섹스에서는 뻑뻑해지고 아파서 "제발 콘돔 빼고 하자"고 말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피임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질외 사정도 있고, 배란기를 피하는 자연피임도 있고, 경구피임약도 있고, 루프나 사후피임약도 있다. 사후피임약은 아무래도 여자 몸에 좋을 리 없고, 질외사정이나 자연피임은 아무래도 불안하고, 경구피임약이나 루프는 남편이나 애인 없는 여자에게 너무 과한 피임법이다.

결국 우리에게 남는 건 콘돔밖에 없다! 비아그라니 조루증치료제니 남자들의 성기능 향상을 위해서 많은 땀과 노력을 쏟는 제약회사들이여~ 남자들이 즐기는 데만 신경 쓰지 말고, 여자들이 섹스를 즐길 수 있는 방법도 좀더 개발해주면 안 되나요? 즐기고 난 뒤의 육체적 책임은 결국 여자에게 주어진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