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취미생활 여행

구로구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10. 18. 09:34

서울 구로구는 대한민국 현대사가 만들어 낸 피해자다.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위해 온몸을 불살랐지만 결국 남은 것은 ‘공단’이라는 오명이었다. “슬픈 고성방가 속에 스미는 삶의 불안.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 잠글 수 없는 대문들.” 작가 신경숙은 자전소설 ‘외딴방’에서 구로공단 일대 ‘벌집촌’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지만 구로공단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공해와 빈민촌의 상징이라는 아픈 역사를 털어내고 첨단 산업단지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아홉 노인이 장수했던 구로

구로(九老)라는 이름은 ‘옛날 이 지역에 아홉 노인이 오래 살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삼국시대에는 본래 백제의 영토였으나 고구려의 장수왕이 남하해 잉벌노현(仍伐奴縣: 지금의 시흥시와 광명시 지역), 율목군(栗木郡: 지금의 과천시), 장항구현(獐項口縣 또는 古斯也沕欠: 지금의 안산지역)을 설치했다. 통일신라의 신문왕이 9주제(九州制)를 정비하면서 이지역은 한산주(漢山州)에 속했다. 고려시대에는 경기 10현 중의 하나인 수주현(樹州縣)이었다. 조선시대에는 금천현, 과천현, 금과현(衿果縣), 금양현(衿陽縣), 시흥현 등으로 편입되었다. 영등포구에 속해 있다가 1980년 4월1일 구로구로 나눠졌다.

 

 

대한민국 최고 첨단 산업단지

구로구는 1967년 설립된 구로1공단과 함께 발전했다. 1970~80년대에는 신발, 의류, 중공업 등을 중심으로 한 노동집약적 산업이 집중되면서 우리나라 수출 산업의 전진기지로 자리 잡기도 했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주시키고, 3D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공단의 공동화가 진행됐다. 1988년 40억 달러를 넘겼던 수출 규모는 1999년 15억 달러로 급감했다.

 

구로디지털단지 전경

 

 

기적의 변화는 2000년부터 시작됐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꾸고 정부와 구로구의 각종 지원이 진행되면서 대기업 연구개발시설, 지식산업,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기업이 몰려들었다. 1999년 597개였던 입주기업수는 2011년 5월 현재 1만 개를 넘겼고 고용규모는 12만 8,000여 명에 달한다. 특히 IT 기업이 전체의 80%에 육박해 대한민국 최고의 첨단 산업단지로 우뚝 섰다. 캄캄했던 과거 ‘공단’에서, 희망의 미래 ‘첨단’으로 옷을 갈아입은 구로디지털단지. 그 역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어제와 내일도 바라볼 수 있다.

 

 

꽃길 물길 되살아난 안양천

구로구의 아픈 역사는 자연에도 담겨 있다. 서울과 경기도의 13개 자치단체를 유유히 흐르고 있는 안양천. 그 안양천도 산업화의 발길질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각종 오염수를 다 받아내야 했던 안양천은 한때 오염과 악취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다행히 13개 자치단체는 안양천의 재생을 위해 힘을 모았다. 안양천수질개선대책협의회(2011년 현재 공동회장 이성 구로구청장, 최대호 안양시장)를 발족해 안양천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분에 안양천은 다시 주민들 곁으로 돌아왔다. 현재 3급수까지 회복된 안양천 둔치에는 각종 운동시설이 구비되었으며 메밀꽃, 유채꽃, 꽃창포 등 각종 꽃길도 열려 주민들의 산책 및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오염의 대명사였던 안양천이 13개 자치단체의 노력으로 3급수로 거듭났다. 인근에 조성된 유채 꽃밭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시골풍경이 가득한 항동 철길에서 레일바이크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도심에서 누리는 시골 정취 항동 철길

첨단 구로디지털단지를 살짝만 벗어나면 “아, 여기가 서울인가”하는 느낌이 가득한 항동 철길을 만날 수 있다. 수도 서울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시골 풍경이다. 항동 철길은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에서 부천자연생태공원까지 연결하는 7㎞의 단선 철도다. 현재는 군수물자수송을 위해 야간이나 군사훈련 시에만 사용되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시골냄새 가득한 논밭과 꽃길이 펼쳐져 있다.

 

철길 인근에는 2012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서울시가 491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10만㎡ 규모의 푸른수목원 조성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푸른수목원에는 습지원, 체험학습장, 자연학습원 등이 들어서며 70면 규모의 오토캠핑장도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다. 푸른수목원이 조성되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공원이 부족했던 서남권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더 자연과 손잡고 싶으면 매봉산, 개웅산, 천왕산, 와룡산의 숲길을 찾으면 된다. 특히 매봉산 일대에는 총 면적 8만7903㎡의 온수 잣절공원이 조성돼 약수터, 생태연못, 생태습지원, 자연학습장, 전통정자, 파고라 등이 설치돼 있다.

 

구로구 문화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는 아트밸리 예술극장.

현재 푸른수목원이 조성되고 있는 곳으로 예전에는 대부분이 논이었다.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으로 꽃피운 문화 르네상스

매주 수요일 정오가 살짝 지난 12시30분 아트밸리길에 위치한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1층 로비에서는 소화제콘서트가 열린다. ‘소화제콘서트’는 식사 후 나른함을 느끼는 주민들을 위해 구로구가 만든 공짜 콘서트다. 입장료는 공짜지만 실력 있는 예술인들이 만들어가는 알짜 무대다. 2008년 7월 아트밸리 예술극장이 생긴 후 구로구는 문화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연면적 8,799㎡,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로 건립된 아트밸리 예술극장에는 579석 규모의 공연장을 비롯해 갤러리, 소강당, 강의실이 갖춰져 있다. 지역 문예회관이지만 훌륭한 프로그램 운영을 인정받아 2011년 문예회관 운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도 받았다. 아트밸리 예술극장 인근으로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유네스코 아태국제이해교육원도 위치하고 있어 구로구의 문화 부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구로근린공원과 가로수, 보행도로 등이 예쁘게 단장되어 있는 아트밸리길과 광화문 광장을 꼭 닮은 길이 720m, 폭 36m의 거리공원도 문화의 향기를 더해주고 있다. 고척동에 한창 건설 중인 돔 야구장이 완공되면 구로구는 체육과 문화의 메카로 다시 설 것으로 기대된다.

 

 

외형적 발전 복지정책으로 덧칠

구로의 외형적 발전에 복지라는 소프트웨어도 더해지고 있다. 2010년 7월 민선 5기 구청장으로 취임한 이성 구청장은 ‘아이 키우기 좋은 구로, 좋은 일자리가 많은 구로’를 구정 목표로 내걸고 다양한 복지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보육수급율을 조정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던 ‘대기 아동’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산관학 업무협약 사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 낸 정책은 우수 복지사례로 타 자치단체로부터 벤치마킹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민간 병원에서 12세 이하 아이들에 대한 국가 필수 예방접종 8종을 구 예산으로 전액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강남구·서초구 등 소위 부자 자치구에서만 시행했던 정책이다. 또한 지난해 둘째 20만 원, 셋째 50만 원, 넷째 이상 150만 원이었던 출산장려지원금을 올해부터 둘째 30만 원, 셋째 60만 원으로 올렸다. 둘째 자녀 0세아 양육수당은 올해 처음 만들어져 둘째 아이가 출생하면 12개월까지 매달 5만 원씩 지원된다. 구로구 관계자는 “과거 구로공단이라는 오명을 벗고 다양한 지역 발전 사업과 함께 복지 정책을 입혀 살기좋은 구로구, 아이키우기 좋은 구로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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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길

서울 서남권에 위치한 구로구는 동쪽으로 영등포구, 서쪽으로 부천시, 남쪽으로 금천구와 광명시, 북쪽으로 양천구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KTX 광명역과 인접해 서울시 진입의 남서 관문이자 경부, 경인선과 지하철 1, 2, 7호선이 통과하는 교통의 요지다.

 

1호선 신도림역, 구로역, 구일역, 개봉역, 오류동역, 온수역, 2호선 신도림역, 대림역, 도림천역, 구로디지털단지역, 7호선 온수역, 천왕역, 남구로역, 대림역이 있다. 구로구청 방문은 1호선 구로역이나 2, 7호선 대림역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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