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에 서면 동쪽으로 옥수동과 금호동이 바라보인다. 고개를 돌리면 한강과 강변북로, 남산타워와 힐튼 호텔, 순천향대병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서쪽 방면으로 내려가면 보광동이다. 도깨비시장길에서 제청전길 방면으로 걸음을 옮기다보면 해맞이5길, 해맞이3길, 해맞이2길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차례로 나타나는데 순천향대 방면으로 급경사를 타며 내려온다. 그리고 능선 중턱에서 남계천7길, 남계천6길과 차례로 만나 골목길의 거대한 미로를 완성한다. 한남동 골목길의 주인공이 바로 이 해맞이길이다. 골목길은 제멋대로다. 쭉 뻗어내려 가다가 갑자기 직각으로 뒤틀리기도 하고 둥글게 뻗어나가기도 한다. 막다른 골목을 보여주기도 한다. Y자형, L자형, S자형 등 생김새도 다양하다. 이 골목들마다 어김없이 계단이 들어서 있다. 50, 60 계단이 가파르게 이어지기도 하고 4~5계단으로 간단하게 끝나기도 한다. 해맞이길을 걷다보면 골목길이 집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면서 그때 그때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맞이길의 하이라이트는 해맞이 2길 5번지와 8번지 사이다. 울퉁불퉁한 석축과 시멘트벽 사이로 길이 10여 미터에 불과한 골목길이 나 있다. 평균 너비가 50~60㎝밖에 되지 않는다. 두 명이 함께 지나가기도 버겁다. 길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맞은편에서 사람이 온다면 한 사람이 다시 뒤돌아가야 한다. 이곳에서 36여 년째 살고 있다는 주민 이아무개씨(72)는 “70년대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철거민들이 몰려들어 지금의 마을 모양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해맞이길에는 햇볕이 귀하다. 마을은 동향인데 햇볕은 아침 무렵 잠깐 들다 사라진다. 해맞이길이라는 이름은 어쩌면 해를 간절히 바라는마음에서 붙은 이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주민들은 햇볕이 드는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화분을 내어놓고 빨래를 걸곤 한다. 능선 아래쪽 남계천길은 해맞이길과는 골목길의 양상이 다르다. 해맞이길이 미로처럼 얽혀있지만 서로 통하는 반면 남계천길은 막힘이 많다. 남계천2길과 남계천3길은 아예 막다른 골목이고 남계천1, 2길도 일부만 열려 있다. 남개천5, 6, 7길이 희미하게 해맞이 길과 이어진다. 얼개도 해맞이길처럼 복잡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