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는 크게 네 군데의 골목길 구역이 있다. 첫 번째는 제일기획 건물과 순천향병원 사이에 놓인 수비길 일대. 길 너비도 넓은데다 차량 통행이 많기 때문에 옛 골목의 향취는 거의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쌀가게와 의상실, 목공소, 세탁소, 슈퍼마켓, 부동산, 철물점 등 서민들의 오래된 생활형 가게들이 모여 있어 푸근한 느낌을 준다. 두 번째 구역은 회교사원과 제일기획 사이에 자리한 솔마루길과 솔마루1길 일대다. 제법 골목 분위기가 나고 공터와 갈림길, 막다른 길, 축대, 계단 등 골목의 구성 요소를 얼추 갖추고 있다. 막다른 길도 몇 개 숨기고 있다. 이 구역의 대표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두 개의 넓고 큰 계단이다. 이태원의 주 도로인 이태원로에서 솔마루길을 향해 오르는데 이 가운데 ‘명동칼국수’가 있는 큰 계단은 왠지 우리에게도 낯익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도입부의 살인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중간에 한번 끊어지며 오르는데, 넓고 큰 계단의 위용이 압권이다. 이 계단을 사이에 두고 계단 아래쪽 이태원의 번잡함과 골목의 한적함이 경계를 짓는다.
세 번째 구역은 회교사원에서 보광동 방면으로 내려가는 소방서길 일대다. 옛날 미군들을 상대하던 윤락업소가 있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아랍인들과 동남아시아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여행자가 아닌 한국에서 생활하는 ‘주민’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네 번째 구역은 솔마루2길 일대다. 회교사원을 등지고 도깨비시장길을 따르다 보면 왼쪽으로 골목이 기웃이 나 있는데, 이 길이 솔마루2길이다. 이태원 골목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구역이다. 도깨비시장길에서 가지를 치는 솔마루2길은 모두 4곳. 계단을 타고 급경사를 이루며 구불거리며 내려간다. 이 길들은 솔마루2길과 다시 만난다. 그러니까 솔마루2길은 도깨비시장길과 나란히 달리는 뼈대길이기도 하고 도깨비시장길과 사다리처럼 이어져 있는 가짓길이기도 한 셈이다. 아래쪽 뼈대길인 솔마루2길은 대사관길, 솔마루길 등으로 다시 갈래를 치며 한남동 쪽으로 내려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