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취미생활 여행

부산 보수동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0. 5. 15. 22:19

 

 

한국전쟁 때 부산은 피란지였다. 전국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좁은 땅에서 부대끼며 살았다. 사람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됐다. 처음 시장의 시작은 일본인들이 떠난 자리에 사람들이 모이면서 부터다. 이후 전쟁이 일어나면서 피란민들이 장사를 하기 시작했고 미군의 군용물자, 부산항으로 들어온 물건들이 주로 거래됐다. 당시 국제시장 한편에서는 피란길에 짊어지고 온 책을 사과궤짝에 올려놓고 파는 거리가 생겨났다. 아이들의 교과서도 있었고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영어책도 있었다. 사과궤짝 위에서 시작된 중고책 시장은 담벼락에 책장을 놓고 팔던 시절을 거쳐 지금의 작은 서점들이 모인 헌책방 거리로 발전했다.

부산 보수동 지도 보기

보수동과 함께한 50년

양호석 할아버지(77세)가 부산에 처음 발을 내디딘 것은 그의 나이 13살 때였다. 동생 셋을 데리고 하동에서 자갈치로 오는 배를 탔다. 외국 선교사를 통해 어깨너머로 영어를 배우던 양 할아버지는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잡지를 비롯한 책을 가져다 보수동에 자리를 잡고 팔기 시작했다. "그때는 책이 귀했거든. 길 넓은데다 자리 깔고 늘어놓으면 다 팔려. 그래서 내가 장사 시작한기라. 그거 해서 동생들 다 공부시키고 이 집도 짓고 다섯 형제까지 키웠지" 양 할아버지는 1969년에 지은 5층 건물을 소개하며 옛날이야기를 꺼내 놨다. "여기가 겨우 삼분에 일이야. 이짝으로 빙 돌아서 전부 책이다. 옛날에야 책을 사러 돌아다녔지만 지금은 앉아있어도 책이 들어온다."며 보수동에서 살아온 50년을 회상했다.


책뿐만이 아니었다. 할아버지의 5층 집에는 지하부터 꼭대기까지 골동품, 미술품을 비롯한 각종 수집물이 가득했다. "이건 소화 때 지도인데 일본놈들이 지금 지들 땅이라고 하는 독도도 나왔어. 지들 할아버지 때 여기 죽도로 써놨지. 여깄다. 이 봐라" 할아버지의 수집품에는 독도가 표시된 1800년대 지도에서 부터 일제강점기 교과서에 이르기까지 마치 작은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집 앞으로 나온 양 할아버지는 "여기는 옛날에 우물이 있던 자리고, 이 동네가 전에는 다 미나리 밭이었지. 물이 많이 차고 하수시설도 잘 안돼서 똥통이라 부르던데 아이가.", "저쪽 담벼락에 책장을 놓고 장사들을 했었지. 지금은 많이 합쳐지고 개발되고 그랬다."라며 동네 구석구석 담긴 추억을 설명했다.

 

  • 1 오래된 간판이 이색적인 보수동 책방골목. <이다일기자>
  • 2 보수동 책방골목은 문화 관광지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다일기자>

 

 

책 사러 갈까? 사진 찍으러 갈까?

서울의 청계천, 대구의 극장 앞 거리 등 전국에 이름난 헌책방 거리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부분 도시 개발에 따른 이전과 철거 때문인데 다행스럽게도 부산 보수동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책방골목 상가번영회장을 지낸 남명석씨는 "아마 전국에 이런 헌책방 골목이 없습니다. 시하고 구에서 예산을 들여 보수공사도 하고 주변 환경도 개선해 줘서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꾸며지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빼어난 바닷가를 가진 부산이기에 여름이면 방문객이 크게 늘어난다. 피란이 아닌 피서 온 사람들이 이곳 책방골목까지 찾아온다는 것이다. 또한 몇 해 전부터는 헌책방 골목에서 축제도 열렸다. 9월에 열리는 축제에는 책 전시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때마침 부산의 유명한 축제인 자갈치축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때를 즈음해 개최된다.


책방골목의 50여 개 책방들은 문을 닫아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게 셔터를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는 그라피티로 꾸며 놓았다. 전체 책방의 80% 정도가 그라피티를 해서 문이 열려 있으면 책 구경을 하면 되고 문이 닫혀 있어도 그림 구경 정도는 할 수 있다. 또한 책방 골목에서 언덕을 오르는 계단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마치 동화책에서 바로 나온 듯 색색의 그림과 글들이 담벼락에 그려져 있다. 덕분에 이곳은 부산의 유명한 출사지가 됐다. 주말이면 사진 동호회 회원들이 몰려들어 이곳이 책방 골목인지 관광지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이곳 상인들은 책방골목이 헌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닌 문화의 거리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무슨책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가게의 1층은 보통 두세 평의 좁은 공간으로 이뤄졌지만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2층 3층으로 이어진 가게를 올라가면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 쌓여 있는 책에 놀라게 된다. 충남서점 남명섭씨는 "이게 다 시집을 가야 하는데 너무 재져가지고 구석구석 책이에요"라며 서점 2층으로 안내한다. "이래 보여도 다 규칙이 있어요. 이쪽은 단행본들, 이쪽은 교과서." 무슨 책이 어디에 있는지 다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남씨는 "내가 여기 있겠다 싶으면 그대로 있어야 하는데 한 번에 못 찾으면 이제 찾기 힘든거죠. 이게 다 몇 권이나 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는 잘 몰라요. 그냥 몇십만 권 된다고 말씀드리죠."라고 말한다.

 

가는 길
자갈치역에서 내려 3번 출구를 나와 북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보수동 책방골목이 시작된다. 2010년 5월 15일부터는 '보수동 책방골목' 정류소가 생길 예정이다. 시내버스는 40, 81, 15, 135번등이 이곳을 지난다. 좀 더 다양한 구경을 하려면 남포역에서 내려서 남포동 상가를 지나 국제시장을 구경하고 보수동까지 돌아보는 방법도 있다. 넉넉잡아 한 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으며 용두산 공원에 올라가면 바다와 함께 보수동, 국제시장이 내려다보인다.

 

보수동책방골목 http://www.bosu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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