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잰걸음으로도 정상까지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길 따라 늘어선 나무와 꽃들은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가 되어준다. 아이들은 산에 나무를 심고 자기 이름표를 달아 놨다. ‘나무야 사랑해’ ‘나무야 홧팅!’등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같이 써 놨다. 아직 푸른빛을 띠기엔 이른 계절이지만 아이들이 심어 놓은 꽃나무 덕택에 산길이 알록달록하다. 어른들은 운동복 차림으로 흙길을 밟으며 산책을 한다. 뒤따라 나온 강아지들도 신이 나서 뛰어다닌다.
이곳 성미산은 서울 시내에 있다. 높은 아파트 건물 사이에 아스팔트 길만 떠오르는 서울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성산동, 서교동, 망원동이 산을 중심으로 둘러섰다. 이곳에 거주하는 1천여 명의 주민들이 ‘공동육아’, ‘공동교육’, ‘공동생활’을 하면서 마을을 이루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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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마을 지도 보기
‘어린이집을 직접 만들어보자’며 시작한 성미산마을
이 동네에 와서 성미산마을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모두들 어리둥절해한다. 성미산마을은 행정구역이 아니다. 성미산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육아를 비롯한 커뮤니티를 이룬 것을 이른바 ‘성미산마을’이라고 부른다. 성미산마을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94년이다. 이들의 목적은 간단했다. ‘공동육아’, 나의 아이와 이웃의 아이를 같이 돌본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처음 시작된 사업이 어린이집을 직접 만든 것.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어린이집의 전세금을 마련했고 부모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했다. 지금이야 전국에 50개가 넘는 어린이집이 공동육아 형태로 운영되지만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처음 어린이집에 들어간 아이들은 지난해로 성년이 됐다. 아이를 키우면서 발전해온 성미산마을도 이제 성년의 나이에 들어섰다.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마을 사람들의 ‘공동’ 프로젝트는 꾸준히 늘어났다. (사)사람과 마을 위성남 위원장은 “어린이집을 통해 시작된 커뮤니티가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학교를 만들게 됐고 같이 생활하다 보니 작은 찻집과 서로의 물건을 나누는 가게 그리고 유기농 음식을 파는 가게까지 생겨나게 됐습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성미산마을의 일원으로 일컫는 커뮤니티는 40~50개에 이른다. 동네 주민들끼리 하는 조기축구회도 커뮤니티고 공동 투자한 찻집도 커뮤니티다. 위 위원장은 “성미산마을은 지리적 구분이 아니에요. 생겨났다가 사라지고 또다시 생겨나는 커뮤티니들의 모임이죠.”라며 마을의 개념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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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미산학교 아이들이 마당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다일기자>
- 2 성미산 지키기 운동은 지난 2003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이다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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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해보니 되더라고요’
어린이집이 생겨난 지 10년째인 지난 2003년. 마을에 큰일이 일어났다. 마을의 휴식처이자 공동체의 중심이 됐던 성미산이 개발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당시 서울시는 이곳을 배수지로 만들기로 했다. 그러자면 나지막한 산에는 길이 뚫려야 하고 물을 담을 저수 공간도 생겨야 했다. 나무는 잘려야 했고 구릉에 불과한 낮은 산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시의 정책에 반발하고 나섰다. 아이들과 함께 산을 지키기 위해 불침번을 서며 온몸으로 공사를 막아냈다. 결국 산은 지켜졌고 이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은 ‘함께 해보니 되더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 후 성미산마을에는 굵직한 공동체 사업들이 펼쳐졌다. 어린이집에 이어 대안학교를 만들었다. 재학생 50여 명에 불과하지만 '사람 간의 관계'를 우선으로 가르치는 학교다. 미인가 교육시설이라 아이들은 검정고시를 봐야 하지만 타 지역에서 학교를 찾아 이사 올 정도로 인기가 좋다. 또한 동네 한편에 건물을 짓고 마을 극장을 만들었다. 지역에 사는 아이들이 공연을 하기도 하고 동네주민들이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어린이집은 하나 더 늘어나 모두 두 곳의 어린이집이 운영 중이며 마을 주민들끼리 자동차를 나눠서 소유하자는 ‘카 쉐어링’을 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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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째 이어지는 조용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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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마을은 조용하게 변화하고 있다. (사)사람과마을 위성남 위원장은 “이 동네에 저희만 사는 게 아니거든요. 저희와 생각이 다른 분들도 계시고 누가 옳다고 고집할 수 없어요. 천천히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성미산마을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성미산마을은 일관된 조직이 없다. 마을의 회장도 없고 조직도조차 없다. 위 위원장은 “작은 커뮤니티들이 필요하면 생겼다가 필요 없으면 사라져요. 그분들을 저희는 모두 성미산마을 주민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간 성미산마을은 세간의 주목을 많이 받았다. TV의 다큐멘터리에도 나왔었고 이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주제로 연구논문도 발표됐다. 각박한 도시생활이 비단 빼곡히 놓인 아파트 건물과 굳게 닫힌 철문 때문이 아니라 이웃과 교류하며 열린 마음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이 문제임을 성미산마을은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마을은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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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가면서 ‘어린이집’을 고민하던 사람들이 이제 ‘귀촌’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강원도에 땅을 사고 귀촌을 준비하고 있다. 제2의 성미산마을은 ‘귀촌’을 주제로 해서 펼쳐질 모양이다. | |
- 성미산 마을이 들썩 들썩 "달려라 달려~" | 오마이뉴스2010-04-21
- 지난 4월 9일 도시공동체로 유명한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의 참나무어린이집을 찾아갔다, 먼저 나를 알아보는 아이들 몇몇이 "제제(기자의 애칭)"하면서 반갑게 매달린다. 내 손에는 천과 작은 실로폰이 들려 있었다. '이야기 할머니'의 전령으로 가져왔다고 하자 아이들...
- '조용한 혁명'…성미산 마을, 지방선거에 주민후보 |노컷뉴스2010-01-30
- 서울에 있는 도심 공동체 '성미산 마을'에서 조용한 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주민후보를 선출해 '풀뿌리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성미산 마을은 공동육아를 위한 성미산 어린이집과 두레생협 등 40여개 단체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룬 곳이다...
- [여기선…]성미산 마을극장, ‘열린 무대’ 대안극장 자리잡는다 |경향신문2009-06-23
- 이달 초 제13회 인권영화제를 준비하던 주최 측은 상영 장소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상영장소로 점찍은 서울 청계광장은 서울시설공단의 내부 규정 등으로 3일 동안만 이용이 가능했고, 일반 극장들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상영등급분류 면제추천을 받지 않으면 대관을 해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