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길게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빛입니다. 사진은 빛을 잡아채서 필름이나 CCD에 맺히게 한 결과물입니다. 빛이 없으면 사진이 찍히지 않습니다. 빛을 너무 과도하게 받아들이면 사진이 하얗게 날아가 버립니다. | |
사진의 본질을 테마 삼아 특별한 포착
이번 테마는 빛입니다. 사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빛을 테마로 한다는 것이 어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보는 모든 사진엔 빛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사진을 볼 때 빛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더 많이 있습니다. 사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빛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완전히 깜깜한 상황이 아니라면 낮의 거리엔 태양의 빛이 있고 실내에선 인공조명 아래에서 생활하므로 주변엔 늘 빛이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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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서울 |
2007 서울 |
마치 우리 주변엔 늘 공기가 있어 숨을 쉬면서 살고 있으므로 공기의 존재에 대해 특별히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그렇지만 간혹 빛의 존재를 깨닫는 순간이 있습니다. 창문이 조금 열려 있을 때 그 창틈으로 빛이 새어 들어오면 그제야 빛을 느낍니다. 어두운 곳에 일부만 조명이 켜질 때에도 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빛을 테마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곳에 골고루 빛이 떨어지면 빛 자체를 주목하지 못하게 되면서 내용물의 크기와 색, 구도에 더 눈이 갑니다. 그래서 <테마-빛>을 찍기 위해선 흔히 보지 못하는 특별한 빛을 발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별한 빛은 어떤 것인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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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꽤 유명한 포인트
서울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규모 면에서도 외국의 대형박물관에 못지 않은 훌륭한 시설입니다. 박물관 쪽에 따르면 2009년 관람객 수 조사에서 아시아 1위(세계 10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교과서에서 보던 유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감동은 기본이며 건물 자체도 멋지기 때문에 사진찍기에도 좋은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웹사이트나 개인블로그에 줄줄 올라오면서 이제 박물관은 유명한 출사장소가 되었고 주말에는 생활사진가들이 적지 않게 몰려와서 유물뿐 아니라 공간 자체를 활용한 사진을 찍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 |
2010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그 중에서도 꽤 많이 알려진 포인트가 있어서 저도 몇 차례 찍어봤습니다. 한 달 전에 갔을 땐 어떤 동아리에서 단체로 출사를 와 그 포인트에 인물을 세워두고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빛이 좁은 한 공간에만 떨어지니 연극무대의 스포트라이트 같은 구실을 해서 극적인 효과를 내고 있었습니다. 특별전시실을 빼고 나면 늘 무료입장이 가능하니 국보급 전시유물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면 좋겠습니다. 박물관이든 전시장이든 전시품은 주로 부분조명을 비춥니다. 전시장 전체를 환하게 밝힐 수도 있겠지만 굳이 부분조명을 주는 이유는 전시품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효과를 위해서입니다.
로마의 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켈란젤로가 만든 피에타상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유리벽 속이었고 거리가 멀었으며 관람객들이 그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었지만 명작의 감동을 느끼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역시 부분조명으로 장식하고 있었는데 스폿노출로 조각상을 찍고 나서 보니 다행스럽게도 다른 관람객들은 어둡게 나왔습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성당 전체를 밝게 해뒀다면 그런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은 반감되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 |
세상에서 가장 큰 필터는 구름…우연이 연출한 빛내림
좁은 창문이나 연극무대의 스포트라이트 외에도 부분조명을 만들어내는 경우를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필터는 바로 구름입니다. 가장 크고 유력한 조명인 태양의 빛이 지구상에 떨어질 때 완벽하게 우연에 의해서만 연출되는 구름은 적극 활용하기에 따라서 역동적이며 거대한 부분조명을 만들어냅니다. 구름을 뚫고 떨어지는 빛이 산과 들을 비추는 ‘빛내림’ 현상은 늘 숭고하고 거룩하며 경외감마저 들게 하는 특별한 빛입니다. 오래 유지되지 않아서 순간순간 빛의 강도가 변하므로 빨리 대처해야 찍을 수 있습니다. | |
2009 N.C
소나기가 내리고 난 직후의 햇살도 특별합니다. 대지가 비에 젖어 축축할 때 풀잎 끝에 맺힌 물기가 빛을 받아 반짝거리면서 빛나는 장면은 언제 어디서든 행복하게 보입니다. 구름보다는 작지만 역시 자연이 만들어내는 부분조명을 숲에서 찾을 수가 있습니다. 숲의 나무와 잎들이 햇빛을 부분적으로 차단하고 또 걸러주는 필터역할을 하면서 인공적인 필터로는 좀처럼 만들지 못하는 부분조명이 탄생합니다.
찾기 편한 특별한 빛은 인공적인 조명입니다. 찬란한 조명은 도시 야경의 대표적인 상징입니다. 업소의 간판, 가로등, 신호등, 차량의 불빛들이 엉킨 도시의 밤은 유혹적이지만 때로는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비가 내리는 날 창문 너머로 찍어봤더니 그야말로 특별하게 보였습니다. 사진에서 어떤 의미를 읽기보다는 빛 자체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습니다. 불꽃놀이를 보면 마음이 들뜨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종교가 다른 사람들도 거리의 네온사인과 크리스마스 장식물의 빛에 마음이 끌리게 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의 연등도 특별한 빛입니다. 크리스마스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속인들의 정서를 어루만져주는 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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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황금빛, 순광-역광 따라 전혀 다른 빛
색깔은 빛에 의해 결정이 되기도 합니다. 흰색의 옷은 조명의 색깔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이니 그런 빛은 특별한 빛으로 보입니다. 인사동의 전통사찰식 음식점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식사 도중 전통춤 공연이 열렸는데 파란 조명에 의해 무대와 춤꾼이 온통 파랗게 보였습니다. 정육점의 불빛은 거의 붉은색 계통의 조명을 씁니다. 고기의 색을 더 붉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신선한 고기일수록 붉은색이 선명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빛에 의해 색을 결정하는 사례가 많으니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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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이탈리아 |
2007 프랑스 |
다스리긴 어렵지만 역광은 시선을 자극하는 빛을 만들어냅니다. 완전 역광에선 사람 등 대상의 표면에서 섬세함을 읽어내기 어렵습니다만 대상의 테두리에 반짝거리는 빛의 선을 만들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특별한 빛이 됩니다. 다만 한낮에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역광은 테두리 선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비스듬하게 떨어지는 오후나 아침의 빛을 이용해야 합니다.
사진촬영이론서에 꼭 등장하는 해질 무렵의 빛을 이용하라는 말은 순광일 때 적용됩니다. 해질 무렵의 빛은 대상에 황금빛을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그 해질 무렵의 빛을 역광으로 이용하는 것도 요긴합니다. 황금빛과는 전혀 다른 날카로운 빛이 긴 그림자를 만들면서 상황을 극적으로, 때로는 긴박하게 때로는 암울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역시 노출 조절을 잘해야 하는데 어둠이 있어야 빛이 두드러지게 보인다는 점을 새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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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테마는 빛입니다. 특별한 빛을 찾아봅시다. 빛은 사진의 본질입니다. 빛이 있는 사진, 빛나는 사진을 찍어봅시다. 빛내림 같은 경우엔 빛 자체에 메시지가 들어 있는 사진이 될 것이며 반짝이는 인공조명은 컬러로 연결됩니다. 또한 빛 자체에만 머물지 말고 빛을 이용해 주요소와 보조요소를 빛나게 만들어 봅시다. (사진을 올릴 때 ‘테마-빛’이라고 표시해주십시오)
기간 | 2010.5.6~201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