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68) 그 남자가 업소에 가는 이유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2. 21. 18:15

(68) 그 남자가 업소에 가는 이유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노총각 선배는 항상 심각한 욕구 불만이었다. 입만 열면 "여자들은 얼마나 쉽냐, 여자가 접근할 때 싫다는 남자 못 봤다" 타령이다. '핫'한 호텔바에서 몇 번 부킹을 시도해봤다가 거절당한 뒤로는 더 심해졌다. 아무 여자에게 온갖 감언이설로 하룻밤 같이 자자고 꼬시기에는 그가 너무 소심하고 반듯한 게 문제인 듯하다.

그런 그가 요새 잠잠해졌다. 새로운 돌파구, 바로 '점오'라 불리는 업소를 찾았기 때문이다. 적게는 한 달에 한 번, 많게는 일주일에 두어 번도 가는 모양이었다.

"얼마나 깔끔해? 딱 기브 앤 테이크가 되잖아. 나는 섹스를 원하고, 그녀는 돈을 원하고. 게다가 나이트나 바에서 만난 여자들은 술에 떡이 돼서 실수처럼 섹스를 치르잖아. 그런 것 없이 맨 정신으로 하니까 얼마나 상쾌하고 질 좋은 섹스를 할 수 있나 몰라."

때로 나 역시 '딱 필요한 것만 채울 수 있는 여성 전용 업소는 왜 없는 거야?'라고 생각해본 적이 꽤 많으니 그의 마음을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에게 단골 아가씨가 있으며 그녀와 한참 동안 이야기를 하고 난 뒤 본격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돈 주고 업소를 찾는 이유는 욕구불만도 불만이지만 애인이나 아내에게서 얻을 수 없는 다양성을 취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나에게 그런 '전용 업소'가 있다면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 본전 생각에 '이 남자는 어떤가, 저 남자는 어떤가' 본게임 즐기느라 바쁠 것 같다.

"남자에게 섹스가 단순히 욕구를 푸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해야. 하룻밤 돈 주고 사는 여자라 할지라도 교감은 필수야, 그날 밤 나는 그녀의 몸을 사는 게 아니라 사랑을 사는 거라구.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그런 여자와 해야 제대로 된 섹스지!"

사실 나는 그의 말에 무척 감동했다. 그런 마음이라면 돈 주고 하는 섹스라 할지라도 어떤 남녀 간의 사랑보다 가치 있을지 모른다.

"그건 아주 신선한 철학인 걸, 남자에게도 그런 면이 있는지 몰랐어!"

그런데 그의 대답이 반전이었다.

"모든 남자들이 그런 건 아니야. 나이 들고 소심하고 주변에 여자 없고 용기 낼 때마다 거절당했던 남자들이 주로 그렇지. 손만 내밀면 누구와든 잘 수 있는 남자들은 이런 마음을 몰라."

어쩌면 그가 진정 원했던 것은 '섹스'가 아니라 그와 외모와 나이와 소심함에도 불구하고 그와 기꺼이 소통하고 이야기하고 사랑해주는 여자였던 건 아닐까. 그는 업소에서 일종의 애인을 찾은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를 비판하거나 평가절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사실 나는 그를 이해한다. 나를 간절히 사랑해주고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이성과 하룻밤을 보내고 싶은 건 남자나 여자나 다 마찬가지니까. 몸만 주는 곳이 아니라 마음도 주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데가 있다면 나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