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헤어진 지 1년 가까이 된 남자친구가 있는데요, 얼마 전부터 다시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서로 많이 좋아하다가 헤어진 사이라서, 저도 그립고 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만나다 보니 몇 번 자게 되었어요. 아침이 되면 허무하고 다시 사귀자는 말 안 하는 그 남자가 야속하기도 한데, 막상 전화가 오면 끊지 못하겠어요. ― chul82님
A. "아! 나도 그런 적 있어~." 하는 남녀 분들이 꽤 많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에 한 번씩 연락을 해오던 '옛 애인'이 있었다. '내 인생에서 지금보다 더 사랑받을 수 있으랴' 했던 남자를 내 실수로 잃어버렸으니 그가 술에 취해 연락해올 때마다 나는 와르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막 데이트하던 남자들도 다 내팽개쳐버리고 그 남자에게로 달려갔다.
이미 헤어진 연인 사이. 대단한 재회랄 것도 없었다. 자정 가까이에 만나서 이미 술에 취한 그 남자와 술 한잔 더 마시며 우리가 서로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함께 한 시간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우리가 왜 헤어지게 된 것인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그런 다음 가까운 모텔에 가서 같이 자는 식이다. 새벽녘이 되면 그 남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의 새 여자친구의 모닝콜. 가슴이 아픈 동시에 옛 남자를 낯선 여자와 공유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짜릿함도 느꼈던가.
어쩌면 사랑이라고 착각했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진 못하더라도 이 남자 역시 나를 못 잊고 있구나, 이 남자도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어. 하룻밤이라고 할지라도 품에 안길 수 있다는 것, 가끔이나마 이렇게 얼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아.
글쎄. 정말 왜 그 남자가 나에게 연락을 해왔을까. 실제로 헤어진 이후 오랫동안 나를 못 잊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단순히 자고 싶어서였을 수도 있다. 익숙하고 편안한 게 그리웠을 수도 있고, 새 애인과 싸우고 난 뒤의 일종의 복수심이었을 수도 있고,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을 이용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단순한 주사였을 수도 있다.
어찌됐든 간에 그와 나는 두 번 다시 연인이 되지는 못했다. 우리의 섹스는 처음 몇 번은 애틋하고 열정적이었으나 횟수를 거듭할수록 식상해져갔다. 그럼에도 그와의 관계를 쉽게 끝내지는 못했다. 익숙하고 편안한 데다가 한때 내가 뜨겁게 사랑했던 남자기에 매섭게 굴 수도 없었다.
처음 몇 번은 괜찮다. 그리운 옛 사랑과의 섹스는 애틋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정의 내릴 수 없는 사이에서의 섹스는 언젠가 찜찜하고 복잡해진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이용당하는 게 아닐까. 이건 시간 낭비야. 나랑 이러고 있는 이 남자는 도대체 뭐야?
일장일단이 있다. 이 순간이 오면 그를 아픔 없이 끊어낼 수 있다. 그러나 당신 마음에 더 이상 애틋하고 그리운 옛 사랑도 없어진다. 지금 끊든 나중에 끊든, 언젠가 끊기게 마련. 언제 끊을지는 당신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