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존댓말 하던 남자...잠자리에선 왜 변할까?
꽤 오랫동안 알고 지낸 거래처 사람과 만나고 있다. 나보다 서너 살 많은 남자지만 일로 알게 된 사이인 만큼 서로 '~씨'로 호칭하며 존대하는 사이였다. 몇 번의 데이트를 거쳐 "말 편하게 하세요"라고 몇 번이나 부탁해도 "밥은 먹었어요?" "어디서 만날까요?" 하며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던 남자였다.
그런 그 남자가 침대 안에 들어서자마자 다짜고짜 반말이다. "너 정말 따뜻해" "지금처럼 계속 해봐"... 이런 식이다. 달콤한 첫날밤을 마음껏 즐기려다가도 그가 반말을 할 때마다 너무 낯설어서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남자뿐만이 아니었다. 그 전에도 존댓말로 데이트하던 남자들이 섹스할 때면 은근슬쩍 말을 놓았던 것 같다. 역시 백만 번의 데이트보다 한 번의 섹스가 여자와 남자를 더 가까이 만드는 걸까. 아니면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형식이나 예의 없이 마냥 편안해지는 걸까.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자 듣고 있던 남자 선배가 한마디 한다. "당연한 거 아냐? 섹스하고 난 뒤 남자가 은근한 목소리로 '좋았어요?'라고 말한다고 쳐봐. 얼마나 '가오' 떨어지냐. 담배 한 대 딱 피우면서 '좋았어?'라고 물어야지 뭔가 있어 보이지."
아, 틀린 말은 아니다. 섹스라는 게 사랑하는 혹은 호감 갖고 있는 남녀가 처음으로 몸을 '트는' 순간이라면 그 순간 남자들은 그녀 앞에서 정말 남자다워지고 싶을 것 같다. 일종의 통제권을 장악하고 싶을 수도 있고,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수도 있다. 혹은 '이제 도장 찍었으니 넌 내 거야'라는 안도감의 표시일 수도 있다.
좋아, 우리 여자들이 그런 남자들의 마음에 적절히 못 맞춰줄 것도 없다. 그러나 씻고 돌아와서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으며 어색한 표정으로 "우리 이제 갈까요?"라고 쭈뼛쭈뼛 말하는 건 또 뭔가. 옷 한 장 걸쳐 입음으로써 또다시 완연히 멀어지는 우리의 관계란.
존댓말로 사랑을 나누든 반말로 사랑을 나누든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의 갑작스러운 반말에 '나는 당신의 여자예요~'라고 온몸으로 피드백을 줄 수 있을 만한 경험과 아량도 충분히 갖췄다. 그러나 그게 단순히 잠자리에서만의 편안함이라고 하면 그건 좀 불쾌하다. '뭐야, 잤다고 지금 나를 막 대하는 거야?'라는 생각도 들고, '섹스할 때의 그 남자는 어디로 간 거야?' 싶기도 하다.
습관 같은 반말은 사양이다. 숨겨두었던 서로의 속살이 닿는 순간, 좋아하던 여자와 하나가 되었다는 일체감, 마지막까지 남겨두었던 최후의 선을 넘어섰다는 데서 오는 편안함은 좋지만 어디서 놀던 습관처럼 혹은 옛 여자에게 했던 것처럼 혹은 어디서 들었던 대로 나를 대하는 느낌은 싫다.
그러니까 섹스하면서의 반말..., 한 번쯤은 생각하고 해주었으면. 그게 오늘의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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