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여자들은 왜 섹스를 할까?
여자들은 왜 섹스를 하는 걸까
이 질문이 갑자기 왜 머릿속에 떠올랐는지는 알 수가 없다. 우린 방금 영화 속에나 나옴직한 뜨거운 섹스를 했고, 그는 오랫동안 내 안에 있으면서 내 뺨에 얹힌 머리카락을 따듯하게 귀 뒤로 넘겨주고는 담배를 한 대 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편안하면서도 부드러운 한숨이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 질문이 떠오른 것은. 도대체 여자들은 왜 섹스를 하는 걸까. 나는 왜 섹스를 하는 걸까.
본 칼럼을 통해 주구장창 '여자들에게도 성욕이 있다, 여자들이여, 욕망을 감추지 말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섹스하라'라고 주장했지만 내게 정말 성욕을 잠재우기 위해 섹스를 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잘 모르겠다. 물론 섹스가 고플 때는 있다. 몇 개월씩 남자 구경을 못 할 때, 섹시하고 멋진 남자와 단둘이 술을 마실 때, 생리나 배란기 때문에 섹스를 참아야 할 때……. 그럴 때면 아무 남자나 내 몸에 손끝만 닿아도 얼굴 발그레하게 흥분하거나 '외롭다'는 생각에 잠 못 이루기도 한다. 그렇지만 외롭다고 아무와 섹스를 하지도 않고 매일매일 섹스 생각이 난다거나 섹스를 못해서 죽을 것 같지도 않다. 종종 섹스가 귀찮아 그냥 애인과 꼭 껴안고만 잠들고 싶을 때도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섹스를 좋아해서,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서 섹스하는 여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10~20퍼센트가 될까 말까. 나와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공유하는, 몸매며 이미지며 남자들에게 '꽤 밝히는 여자' 취급을 받는 J양은 말한다. "난 남자가 나를 욕망하는 느낌이 너무 좋아." 그녀 앞에서 남자들이 흥분해서는 같이 자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무방비 상태로 옷을 벗어젖히고 본능적인 신음을 토해내는 모습이 그녀를 흥분하게 하고 섹스하고 싶게 한다는 뜻이다. 이런 여자들은 전형적인 나르시스트다.
거절하지 못해서 섹스하는 여자들도 많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니까, 섹스하지 않으면 무안해할까봐, 혹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울까봐 그가 '오늘밤 같이 있자' 하면 별다른 거절을 하지 않고 모텔에 이끌려 들어가는 것이다. 아주 많은 유부녀들은 남편과 섹스하는 것을 일종의 아내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애 아버지니까, 집에다가 돈 벌어다주니까 이 정도는 해줘야지, 하면서 의무방어전을 치른다. 섹스가 필요해서 하는 여자들도 있다. 오랫동안 남자와 자지 못하면 피부도 까칠해지고 성격도 히스테리컬해지고 표정도 칙칙해지니까. 그런 여자들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라도, 주기적으로 섹스를 해주어야만 한다.
위의 모든 이유들에 공감하기도 하지만 사실 아주 많은 여자들이 섹스하는 이유는 사랑받는 느낌이 좋아서일 것이다. 나도 그렇다. 꼭꼭 감추어두었던 나의 몸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만지는 남자를 볼 때, 그의 온몸과 살결을 역시 내 온몸으로 느낄 때, 섹스 이후 서로 꼭 껴안고 오랫동안 뒹굴거릴 때, 비로소 제대로 사랑받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남자들은 좀더 열심히 섹스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욕구를 해소하라는 뜻이 아니다. 섹스할 때마다 그녀를 조금씩 더 사랑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90) 혼자 사는 여자는 쉽다? (0) | 2011.02.21 |
---|---|
(89) '잠자리 금기어' 옛 연인 이야기 (0) | 2011.02.21 |
(87) 연하남의 파워+연상녀의 테크닉 (0) | 2011.02.21 |
(86) '침대에서 해야 하는 말' (0) | 2011.02.21 |
(85) 오럴섹스, 여자도 색다른 흥분 (0) | 2011.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