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그의 옛 애인에게 하고 싶은 말
애인과 싸울 때마다 세상이 참 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외모나 생각, 사랑하는 방식이나 속궁합…… 모든 게 완벽한 그가, 싸우고 화해하는 방식에서는 이렇게 엉망진창일 수가 없다. 사소한 말에 상처받고 토라져서 며칠 동안 잠수를 탄다. 자존심 버리고 먼저 미안하다 달래주어도 뒤끝까지 있다. 이제 나도 지쳐 헤어지기 직전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을 겪을 때마다 그의 옛 애인들에게 짜증이 난다. 나 역시도 그런 적이 있었다. 사소한 일로 남자친구를 들들 볶고 내 뜻대로 안 되면 성질부터 부리던 '나쁜 여자' 시절. 그런 성격을 조금이나마 완화시켜 준 게 내 옛날 애인들이었다. "너 이럴 때 정말 정떨어져" "너는 사람에게 상처 주는 법을 정말 잘 알고 있구나" 그들이 나에게 던진 말들은 고스란히 뇌리에 박혀 다음 연애 때마다 조금씩 '나은' 여자로 행동하게 되더라.
그런데 그가 꽤 여러 번 연애를 했음에도 여전히 이 치명적인 성격 결함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그녀들도 포기해버린 게 분명하다. "에라이, 더 이상 못 해먹겠다, 너를 고치느니 그냥 헤어져버리고 말겠다."
그러고 보면 섹스도 참 비슷하다. 섹스할 때 참 안 좋은 습관들을 가진 남자들이 있다. 딱 정해진 체위 몇 개 외에는 절대 시도하지 않는다거나, 애무할 때 절대 그곳은 건드리지 않는다거나, 도무지 부드러운 애무라는 것을 모른다거나, 매 섹스에서 오랄 서비스를 받으려고 한다거나, 여자가 매번 리드하기를 바란다거나 아니면 반대로 여자의 상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들입다 처박기만 한다거나…….
이런 남자와 섹스를 하게 되면 고민을 한다. 이걸 고쳐, 아니면 그냥 헤어져버려? 사실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치는 과정이란, 여간 힘들고 무안한 일이 아니다. 정말 애정을 갖고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잘 맞춰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자칫 자존심에 상처 입히거나 분위기 어색해지기 십상이다. 기껏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너 알고 보면 못해'라고 말했을 때 그들이 받을 충격이란, 특히 그들은 섹스 잘한다는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종족들 아니던가.
여자들에게 이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 그러다 보니 '그냥 없는 것보다야 낫지' 싶은 마음에 몇 번 내 욕망을 채우다가 정 못 참겠는 순간 그 문제는 쏙 빼고 "우린 잘 안 맞는 거 같아" 하며 이별을 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그 남자들은 여전히 자기 문제를 모른 채 다른 여자를 만나 같은 패턴으로 섹스를 하고, 또 헤어지고 다른 여자를 만나 마찬가지 방식으로 섹스를 하고……. 정말 적극적으로 이 남자를 길들이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애정과 아름다운 화법을 가진 여자를 만나지 않는 이상 그들은 그렇게 '섹스 못 하는' 남자로 평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아무래도 여자들은 좀 적극적으로 남자들을 고쳐 나갈 필요가 있다. 적절히 좋아하는 척만 하지 말고, 우리가 좋아하는 체위와 애무, 정말 싫어하는 그의 섹스 문제를 확실히 지적해서 섹스 잘하는 남자로 길들여야 한다. 그래야, 그 다음 여자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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