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100) 섹스할 때 남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3. 6. 23:07

(100) 섹스할 때 남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

 

한 선배가 술자리에 오자마자 술을 급하게 마시기 시작했다. "내가 말이야, 얼마 전에 한 여자랑 잤는데 말이지, 내가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나봐. 술도 좀 많이 마시고. 그래도 사정까지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글쎄 그녀가 끝나자마자 얼마 안 되어 내 등을 토닥토닥거리며 '괜찮아'라고 말했단 말이지."

저런! 그 술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고 웃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어땠는가, 지나간 나의 섹스 생활을 돌아보자면 사실 아주 만족스럽지 않은 섹스도 종종 있었다. 특히 몇 주간 설레고 떨리는 데이트 끝에, 이제 잘 때도 되었다 해서 큰 이벤트처럼 첫 섹스를 치르게 되었을 때, 정말 예상보다 훨씬 시들하고 심심한 섹스가 있었다. 속궁합이 외모와 조건, 성격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런 경우 몇 번 더 잠자리를 해보고 개선이 안 되면 그냥 마음도 식어버리는 경우에 속한다. 그러니까 등을 토닥토닥거리며 위로해주려는 제스처도, 당신의 섹스가 좋다 나쁘다라는 평도 붙이지 않고, 그냥 마음을 정리해버리는 거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여자들이 그런 경우에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등을 토닥거리는 행동은 남자의 자존심을 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 치자. 술자리에 있던 유부녀 선배는, 대놓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등을 보이며 잔다고 한다. 오래 사귄 애인이 있는 다른 선배는 당장 그 자리에서는 티를 내지 않되 당분간 장어나 삼계탕 등 정력에 좋은 음식만 사먹인다고 한다. 나보다 어린 여자 동생은 그렇게 불만족스러운 섹스 이후에 화장실에 가서 자위를 하다가 남자친구에게 들킨 적도 있다고 한다. 물론 그녀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감정과 채 채워지지 못한 욕망, 그 아쉬움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노출하고 싶은 마음뿐이었겠지만, 아, 그녀들의 남편과 남자친구들의 얼마나 민망하고 스스로 자괴감에 빠질지 생각하면 내 얼굴이 다 붉어질 지경이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의 섹스가 매번 훌륭했던 건 아니었다. 컨디션에 따라, 피곤할 때, 술을 많이 마셨을 때, 너무 급하게 할 때…, 아무 감흥도 없는 부실한 섹스도 있었다. 그런데 충족 안 된 내 욕망보다 더 먼저 눈에 보인 건 열패감에 빠진 그들의 당황스러운 얼굴이었다. 자신의 섹스로 여자가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때, 그들의 자존심은 상처 입고 몸 둘 바를 몰라한다. 이미 상처받은 그들의 자존심을 또 긁어 무엇하랴.

섹스라는 것이 각자가 몸의 욕망을 풀어내는 단순한 '동작'이 아닌 만큼, 우리는 서로 좀더 잘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더 위로해주고 독려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경험상 남자는 '잘한다 잘한다' 하면 점점 더 잘하는, 정말 잘하려고 하는 귀여움마저 지녔더라.

뒤늦게 사랑하는 남자를 만난 서른여덟의 언니는, 그가 섹스를 잘할 수 있도록 난생 처음 오럴과 여성 상위를 해봤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다른 친구는 애인이 사정을 못 했을 때, 일부러 더 그를 꼭 껴안고 내가 그를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속삭인다고 한다. 어떤 형태가 되든 상관없겠다. 내 남자의 섹스를 위로하고 독려해주는 것. 그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섹스할 수 있는 방법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