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102) 섹스에 대해 많이 아는 게 좋은 걸까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3. 6. 23:12

(102) 섹스에 대해 많이 아는 게 좋은 걸까?

 

내 칼럼을 열심히 읽는다는 독자 한 명이 물어왔다. "섹스 이야기를 어쩌면 그렇게 다양하게 쓸 수 있나요?" 나의 '경험'에 대해 솔직히 말하자면 여러분의 기대보다 훨씬 못 미친다. 아마 일반적인 여자(결혼하기 전 여자들의 평균 성 경험 횟수가 3, 4명이라고 한다)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일 것이다. 그런 내가 무궁무진한(?) 섹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마음껏 섹스 생활을 오픈하는 지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남자 4명, 여자 5명이 멤버인 한 모임이 가장 솔직하고 생생한 경험을 들려준다. 이 멤버들은 만나면 섹스 관련 이야기를 앞다투어 이야기하며 서로의 경험에 대한 분석과 조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모임의 부작용이 하나 나타났다.

"나 난생 처음 남자에게 치욕스러운 소리 들었다." 한 언니가 말했다. 그녀는 지난번 모임에서 한 달 전 애인이 생겼고 그와 조만간 잘 것 같다고 고백해 왔었다. "너희들이 너무 섹스에 익숙하고 적극적인 여자 무섭다고, 처음에는 내숭을 떨라고 충고했었잖아. 그래서 이 남자랑 섹스할 때 일부러 신음도 참고 3번 애무할 거 1번 애무하고 체위도 내가 먼저 바꾸지 않았단 말이지. 그랬더니 뭐라 그러는 줄 알아? '앞으로 우리 섹스 잘 맞춰나가야겠다' 하는 거야! 난 오히려 그 전에 남자들에게 '우리 정말 속궁합 잘 맞는 것 같아' 이런 소리만 들었었다고."

그런데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이 섹스에 대해서 안다. 섹스 자체뿐만 아니라 우리 파트너들의 행동들과 반응들에 대해서도 너무나 많은 정보를 갖게 되었다. 이를테면 만난 지 한 달 만에 애널 섹스를 요구하는 남자는 여자를 엔조이로 생각한다든가, 섹스가 정말 안 맞는 여자라도 사랑하는 여자라면 참고 견딜 수 있을 만큼 남자들은 은근 순정적이라든가, 그럼에도 정말 섹스가 하고 싶을 때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뻔뻔함을 갖췄다든가, 얼마나 업소를 자주 이용하는가, 그리고 업소에서는 얼마나 판타스틱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여자도 마찬가지다. 남자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에 대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는지, 파트너에게는 티내지 못하는 얼마나 많은 판타지를 갖고 있는지, 욕구불만을 풀기 위해 얼마나 은근하게 남자들에게 성적 작업을 거는지. 이런 것들을 이제 충분히 꿰게 되었고, 그건 섹스 생활에서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더 나은 섹스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한 기반이 되어주었다.

그런데 너무 많이 아는 것이 정말 좋은 걸까? 남자가 "사랑해"라고 말하는 순간, '이 남자 날 정말 사랑하는 거야, 아님 나랑 자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 있다. 섹스가 끝난 순간, '이 여자 정말 나와의 섹스가 좋았던 걸까, 아니면 좋은 척한 걸까'라고 의심할 수 있다.

때로는 내가 섹스에 있어 무지하여 남자의 마음이나 상태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그런 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내 눈앞의 남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보이는 반응들을 표현하는 대로 그대로 믿는 것. 어쩌면 그게 우리의 섹스 생활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