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온라인으로 21세기형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꽤 유명한 재테크 카페에 가입했다. 부동산과 펀드 관련 정보를 얻어야지 하며 가입한 건데 참 특이하게도 '싱글방'이라는 데가 있다. '도대체 다른 싱글들은 어떻게 사는데?' 하면서 구경을 좀 해봤는데, '공구'라는 멘트가 붙은 게시글이 몇 건 있다.
'공구? 공동구매?' 하면서 들여다봤더니, 앗! '공개 구인'이다. '온라인을 통해 아무 남자, 여자나 엮어서 하룻밤 보내보자는 심사 아냐?' 하며 미심쩍게 몇 개 글을 살펴봤는데, 이거 꽤 진지하다.
"저는 공기업에 재직 중인 사람이고요, 좋은 사람 만나기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어떠어떠한 여자분을 좋아합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이제는 소울메이트를 만나고 싶어요. 이메일 주시면 사진 보내드릴게요" 하는 그들의 프로필들이 너무나 간절하고 또 멀쩡해서 깜짝 놀랐다.
나 역시도 남자가 필요할 때가 있다. 데이트한 지 한참이 되면 티가 날 정도로 까칠해지고 밤이면 밤마다 주말이면 주말마다 외로워서 잠 못 이룰 때도 많다. 남자가 필요하다는 건 섹스가 필요하다는 게 아니다, 남과 여. 다른 이성이 만나 일종의 성적 긴장으로 인해 엔도르핀이 솟는 상태. 약간의 설렘으로 여성호르몬이 왕성해지고 생활이 좀더 윤택해지는 상태. 그런 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인터넷 공구라…… 어쩌면 어딘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나의 완벽한 짝을 찾는 기회일 수도 있다. 알다시피 어떤 세계에는 좋은 여자들이 너무 많고, 또 어떤 세계에는 좋은 남자들이 너무 많다. 다만 문제는 이 두 세계 남녀들이 잘 만날 수 없게 이 세상이 설계돼 있다는 것. 따라서 내가 원하는 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히 밝히고 그에 맞는 사람들이 연락을 해온다면 그건 사랑을 만날 수 있는 또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
이를테면…… "저는요, 서른세 살이고요, 나이가 좀 많긴 한데, 그래도 아줌마틱하진 않아요. 전문직은 아니지만 대충 밥벌이는 하고요, 평균 키에 보통 몸매는 되고요, 개성 있는 호감형 외모예요. 예민한 편이긴 하지만 누군가의 긴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배려심과 매너는 지녔다고 자부해요. 저는 매력적이고 건강하고 진실하고 섹시한 남자가 좋아요! 콤플렉스 있는 남자는 질색, 초절정 감성적인 초식남이나 오타쿠도 질색, 능력 있는 여자에게 빌붙어서 돈 굳히고 몸이나 편해 보자는 기회주의자도 질색, 세상 여자들이 원하는 조건에 충족된다는 만족감에, 별 잘난 것도 없으면서 잘난 체하는 남자도 질색, 근육 키우고 몸 만드는 데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는 무식하고 어설픈 마초도 질색. 이런 제 스타일에 부합되는 남자분은 연락 주세요."라고 한다면, '아, 이런 여자가 바로 내가 꿈꾸는 스타일이었어' 하며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일까? 낯선 두 남녀가 만나 건전한 연애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한참 동안 컴퓨터를 바라보며 이 생각 저 생각 해보았다. 그러나 아직은 안 땡긴다. 그 정도까지는 안 외로운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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