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104)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을까?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4. 4. 20:49

[김지현의 에로틱칵테일] (104)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을까?

몇 주째 실연의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시큰둥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내가 안쓰러웠나 보다.

아는 언니가 대뜸 "이거 진짜 비밀인데, 노하우 하나 알려줄까?" 하고 물어왔다.

"내가 아는 대행 알바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 들어가면 네가 원하는 외모의 남자애들이 애인보다

더 다정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줘. '애인 대행'을 해달라고 하면 잠자리까지 갖기도 하고.

시간당 1만원에서 3만원 정도인데, 나는 아예 3개월 계약연애를 하자고 했었지.

그 남자애 아이돌 가수 준비하던 애라서 얼굴도 잘생기고 매너도 좋고 같이 다니기도 좋았어.

나름 프로의식이 있어서 뒤끝도 깔끔하고."

평소 얌전하고 일만 열심히 하는 인상의 언니에게 이런 취미(?)가 있었다니!

놀라움도 잠시, 언니와 함께 그 사이트에 들어가서 열심히 검색을 해봤다.

돈을 내야지 사진도 크게 볼 수 있고 연락처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작게 샘플로 나온 사진과 프로필을

눈 빠져라 훑어봤는데, "정말 최선을 다해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역할을 모두 해드립니다" "외로운 누님들 연락 주세요" 하는

문구들을 보노라니 정신이 확 들었다.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여자들에게는 본능적으로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한다.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마음에도 없이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도 버림받기 전에 먼저 버리겠다는

의지라고 한다. 항상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니고 사는 마음이란 얼마나 슬프고 외로울까.

그래서일 것이다. 대행 사이트가 성행하고 돈으로 남자아이들과의 '다정한' 시간을 사는 것 말이다.

밤이면 밤마다 욕망과 욕구에 취해 단란주점과 텐프로, 안마방 등을 오가는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의 욕구란 얼마나 섬세한가!

철저히 프로의식을 지닌 그들은 '대행 기간' 동안에는 아침점심저녁 꼬박꼬박 연락해주고 약속 시간에

항상 먼저 와서 기다리고 여자가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도록 온갖 매너와 따뜻한 말들을 속삭여준다고

한다. 섹스는 합의에 따라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굳이 돈을 내지 않고도 최고로 다정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자칫 여자가 일방적으로 정이 들지만 않는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무심해지고 여자친구를 일상처럼 대하는 남자친구보다 훨씬 낫다는 게 언니의 충고였다.

돈으로 사랑을 사는 건 너무나 슬픈 일이지만 여자들의 깊은 외로움이나 사랑받고자 하는 본능은 어떻게든 충족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애인이나 남편이 충족시켜 준다면 참 행복한 세상이 될 텐데 말이다.

차마 회원가입은 하지 못했다. 사랑받는 흐뭇함, 존중받는다는 느낌, 나만을 위한 매너,

낯선 남자와의 짜릿한 섹스……. 생각만 해도 설레지만 아무래도 아직까진 영혼과 마음이 통하는 남자가

좋기 때문이다. 돈이 아니라도 나를 사랑할 남자 말이다.

그런 남자를 만날 때까지 외로움은 좀더 깊이 묻어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