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현의 에로틱 칵테일

(105)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온다면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 2011. 4. 4. 20:53

[김지현의 에로틱칵테일] (105)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온다면

 

사무실에 4살 어린 남자직원이 신입으로 들어왔다. 처음엔 소심하고 진지한 모습이었던 그 아이가

술에 취하니 애교만점 사랑스러운 아이로 변모하더라. 내 옆에 앉은 그 아이가 술에 취해서 말했다.

"팀장님, 팀장님은 정말 제 이상형이에요……" 분위기는 무르익어 어쩌다 보니 그 직원 품에도

안기게 되었고 러브샷도 원없이 했다.

어린 남자들이 커리어우먼, 직장 상사한테 매력을 느끼는 게 일종의 트렌드라고 한다.

내가 잘나고 예뻐서가 아니라 자신보다 5, 6년 먼저 사회생활을 한 여자들이 갖고 있는 프로페셔널 함이나

세련됨, 경제력 같은 게 일종의 성적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일 게다.

이런 심리를 잘 아는 나로서, 어린 남자들의 순간의 호기심에 일일이 반응한다거나 설레하는 건

주책스러울 뿐만 아니라 추해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날은 "네가 정치를 좀 아는구나. 내가 앞으로 예뻐해줘야겠는걸~" 하면서 웃어넘겼지만 그의 입사 이후 한 달 반이 지나도록 그 아이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점심시간이나 간식시간, 회식날, 그는 항상 내 곁에 있다. 너무 자주 눈빛이 마주쳐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 눈빛마다 일종의 절절함이 배어 있어서 나는 혼자 당황해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말을 더듬기도 한다.

그래,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 아이의 눈빛이 싫진 않다. 이십대 후반의 남자가 가진 청춘과 열정.

그 나이대 남자들은 정말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안다. 나를 절실히 사랑했던 남자들은 모두 스물일곱 여덟 살이었다. 그들은 사랑밖엔 난 모르고, 내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며, 항상 내 여자를 욕망한다.

남자에게 있어 가장 섹시한 나이다. 그런 아이가 그런 눈빛으로, 간절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건 어쩌면

참으로 황홀한 경험일지도 몰라!

최근 나이 들어감을 실감하며 연애 인생 처음으로 '남자가 없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나는 아무래도 결혼할 만한 다소곳하고 여성적이고 현모양처 같은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결혼적령기가 된 내 또래의 남자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매일매일 내 주변에 있던 남자들이

떠나가는 게 보인다. 이제 나를 여자로서 좋아할 만한 남자들이 없다는 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어린 남자의 설렘 가득한 눈빛은, 나로서 일종의, '그래 나는 아직 죽지 않았어!

아직까지는 여자야!'라는 자부심을 안겨준다고 해야 하나.

종종 두려울 때가 있다. 이 세상에 아무 남자도 나를 여자로 느끼지 않는 그런 날이 온다면,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면……

얼마나 슬프고 외로울까.

그래서 나는 그 직원에게 명확한 거절 표시를 안 하고 있는 거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행복하고 짜릿한 순간. 지금 이 아이의 눈빛 같은, 그런 속깊고 진실한 눈빛을 내 평생 다시는 받지 못할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