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에로틱칵테일] (106) 섹스에 대해서 '까놓고' 말하자
섹스에 대해서 '까놓고' 논하는 사람으로서 몇 가지 오해에 시달릴 때가 있다. "섹스칼럼니스트니까 섹스를 잘할 거야" "섹스를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이 했을 거야" "파트너와 솔직하고 완벽한 섹스를 할 거야"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그런데 나도 스스로 "내 섹스 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깨달을 때가 있다. 친구가 3개월 된 애인에 대한 불만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말이야, 나와의 섹스에 대해서 통 이야기하려 하지 않아."
여성잡지나 섹스 관련 칼럼에서는 항상 "파트너에게 섹스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론적으로는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도 파트너에게 섹스 이야기를 '까놓고' 말하기 쉽지 않다.
이를테면 옛 애인 중 하나가 "너는 어떤 체위를 좋아해?"라고 물었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체위는 서로 배를 맞대는 정상 체위인데, 벌써 2개월이 넘게 섹스를 해온 애인은 이상하게 그 체위, 그러니까 가장 일반적이고 쉬운 그 체위를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내가 그 체위를 유도하려 할 때는 일부러 피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네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 체위를 좋아해"라고 솔직하게 말하기는 민망하지 않은가. "네 섹스 판타지는 뭐야?"라고 물어봤다가 "교복을 한 번 입어봐" 식의 대답을 듣고 나서 '뭐야, 이 남자 변태 아니야?' 하고 슬슬 피하게 된 남자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적절히 맞춰주자, 좋은 척해주자, 알면 병이다, 생각하게 된 것이다.
친구가 '파트너와 섹스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해'라고 주장하는 건, 그녀의 옛 애인이 그런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네가 운동을 해서 그런지 무척 탱탱하다" 혹은 "오늘 네가 오럴을 해줄 때는 아팠어. 오럴할 때는 이러저러하게 하는 게 제일 좋아" "너는 섹스 기교가 뛰어나진 않은데 네 안은 유난히 포근하고 따뜻해" 식으로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말하곤 했단다. 처음에는 낯부끄럽고 자존심도 상했던 그녀도 그에게 "오늘은 입으로 해줘" "이번 섹스는 좀 약한걸" 식으로 솔직히 이야기하다 보니 오히려 편하고 심지어 서로의 섹스가 조금씩 발전하는 느낌이 들더라는 것이다.
특히 나의 파트너가 나와의 섹스를 좋아하는지, 아니라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는 무척 중요하며, 이왕 하는 섹스라면 서로에게 최고로 행복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고 보면 파트너가 민망하고 자존심 상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얼마나 많이 안 좋은 섹스를 참아왔던가. '그냥 좋은 척하고 빨리 끝내자'라고 생각했던 적은 얼마나 많은가. 그런 섹스는 또 얼마나 서로에게 소모적인가.
우리는 좀더 솔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친구의 말대로 '이왕 하는 섹스, 서로 매일 발전할 수 있다면' 우리의 성생활은 지금보다 훨씬 즐거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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